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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도 보람있었던 일본 근대미술 기행

김달진

지난 6월12일부터 14일까지 초대 한국근대미술사학회장 경원대 윤범모교수를 단장으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정준모, 미술평론가 최열, 한남대 겸임교수 조은정, 미술평론가 안인기, 가나화랑 큐레이터 김미라, 한국근대미술사학회 김미정, 이주원, 그리고 본인 9명이 일본을 다녀왔다. 6월12일 오전 9시 30분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였다. 기차를 타고 도쿄 우에노공원역에 도착하여 짐을 역에 맡기고 택시를 타고 도쿄예술대학 미술관으로 갔다. 재고-근대일본의 회화는 미의식의 형성과 전개 Remaking Modernism in Japan 1900-2000 라는 부제로 근대라고 했지만 일본 회화를 19세기 말부터 20세기 120년간을 주제에 맞게 640여점을 망라한 대규모 전시로 두 곳의 미술관에서 개최했다. 전시는 시대 흐름을 중심으로 총 15장으로 구성하여 제1부는 도쿄예술대학 미술관! 에서 제4장까지 전시되었다. 전시는 B2에 1, 2전시실이 있었으며 전시된 가장 오래된 유화는 타카하시 유이치의 <갑주도(무구배열도)> 1877년 작품이었다. 내가 수첩에 볼펜으로 메모를 하고 있는데 전시실 여직원이 연필을 주었다. 이는 낚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배려인 듯 했다. 전시는 에레베이터로 3층 3, 4전시실로 이어졌다. 작품의 명제표는 작가명(생몰년)/ 제목/ 제작년/ 재료/ 소장처를 일문과 영문으로 각각 표시했다. 깊은 관심으로 꼼꼼하게 관람하고 학교 교정에 놓인 역대 주요 교수들의 흉상들도 살펴보았다. 도쿄국립박물관으로 옮겨 늦은 점심, 우동 식사를 마치고 폐관 시간이 가까워 일행은 잠깐 흩어졌다. 난 동양관으로 갔고 3층에 우리나라 미술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박물관 서점에 들렀다가 나오면서 만나는 까마귀는 일본에서 길조라지만 이색 풍경이다.

호텔에 가서 짐을 풀어 놓고 모리미술관 입구 광장에 놓인 거대한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 <거미>를 보고 저녁식사를 하고 미술관으로 갔다. 모리미술관은 작년 10월 개관하여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는데 도쿄 도심에 위치한 록본기(六本木) 힐즈 모리타워 54층 중에 52,53층에 위치하고 이 건물의 전망대와 함께 처음부터 관광명소로 추진된 곳이다. 모리미술관은 총 2700억엔 규모의 록본기 재개발계획을 추진하며 주거·비즈니스·문화·엔터테인먼트 타워군(群)을 세운 일본 부동산회사 모리의 작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미술관이며 주중에는 밤 10시 주말에는 자정까지 운영한다. 여기서 미국 뉴욕근대미술관(MoMA) 소장품전을 관람했다. 모네, 고갱의 작품에서 현대작가의 비디오 설치미술까지 보여주었다. 또 다른 전시로 러시아 일리아&에미리아 카바코브전도 눈길을 끌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도쿄의 야경은 불빛만이 어른거렸다.




6월13일. 어제 본 재고-근대일본 회화전 2부를 보기 위해 목장역에서 내려 걸어 도쿄도현대미술관으로 갔다. 제5장에서 15장까지 이곳에서 열렸는데 도쿄미술학교 졸업작품으로 제작한 자화상 80점이 두 벽면에 전시되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학생인 고희동의 갓쓴 자화상이 맨 윗줄에 전시되어 반갑게 만날 수 있었다. 또 나혜석의 모작 논란이 있는 구메 게이치로의 남성누드도 살펴보았다. 우리나라 일본 유학파의 스승으로 한국 근대회화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구로다 세이키(黑田淸輝), 후지시마 다케지(藤島武二) 등 작품을 더 관심있게 보았다. 전시를 모두 보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다른 전시장의 오노 요꼬전은 작년 서울전시보다 풍성하게 꾸며졌고 관람객이 북적였다.미술도서실에 들렸다. 잡지가에 우리나라 미술잡지가 있나 둘러 보았지만 없었다. 내가 관심있게 본 것 중 <미술관계! 잡지목차총람>은 2000년 5월에 발행된 것으로 명치·대정·소화시대 잡지별 총목차가 모아져 있었다. 별권으로 <미술관계잡지목차총람 인명색인>은 글, 기사를 쓴 필자별로 색인을 찾을수 있게 했다. 열람자들을 위해 <미술잡지총목차>는 잡지에서 목차를 복사해서 파일에다 끼워놓았다. 그리고 신착카다로그, 신착도서 코너 등이 있고, 신문기사철은 미술기사 단신까지를 A4에 복사해서 철해 놓았다. 미술단체코너에는 이과(二科) 70년사 2권 (Ⅰ1914-1943, Ⅱ1946-1984), 일전사(日展史) 41권, 일본미술원100년사 15권 등 일본 공모전의 역사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일전사 1-5권이 우리나라에서 일제시대에 있었던 선전의 모체인 문부성전람회(文展) 내용을 재편집한 것으로 1권이 1980년에 나왔다. 또한 일본의 미술사가, 미술평론가 몇 사람의 전집을 보면서 여러 가지가 우리나라 현황과 비교할 때 대단함을 느꼈다. 도서실 홈페이지http://motlib.opac.jp는 이용안내, 소장자료, 신착자료, 장서검색으로 메뉴가 구성되었다. 신착자료 검색을 하니 <일본의 미술전람회 개최실적 2001-2003 보고서 / 국제문화교류추진협회>가 눈에 띄었다. 도서실은 개가식으로 자유로웠고 한쪽에는 몇 개의 개인별 책상에는 스탠드까지 있었다.




뜻밖의 감탄 조창조소관

윤범모 교수가 미술관가이드에서 <조창조소관 ASAKURA CHOSO MUSEUM>을 찾아 그곳으로 향했다. 조창문부(朝倉文夫 1883-1964)는 우리나라 근대조각의 선구자 김복진(1901- 1940)의 스승이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는데 건물 꼭대기에 놓여있는 조각품이 인상 깊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그의 고양이 조각 10여점을 지나 중앙 홀에 조각품이 전시되고 서재 등이 보존되어 있었다. 그가 살았던 집을 미술관으로 꾸몄는데 아름다움이 빗댈 데가 없었다. 옥상에는 화단이 꾸며져있고 집가운데는 작은 호수 정원이 아름다웠다. 정원을 끼고 각 전시실 또는 방이 연결되었는데 공간마다 素心의 공간, 朝陽의 공간이니 이름이 붙어 있고 계절별로 피는 꽃 리스트까지를 해놓았다. 다들 처음에는 개인미술관이 그렇겠지 했는데 놀랍고 감탄을 연발했다. 근처 동네에 있는 그의 납골묘소까지를 찾아보았다. 세이부 백화점으로 가서 자유 시간을 갖고 근처에서 조촐한 식사를 가졌다. 마침 내 생일임을 밝혀 축하와 정담을 나누며 도쿄의 밤은 깊어갔다.

6월 14일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짐을 공항으로 가기 편한 도쿄역에 맡기고 요코하마행 기차를 탔다. 요코하마는 일찍 개항한 인천 같은 곳이다. 역에서 랜드마크프라자를 거쳐 요코하마미술관까지 연결되는 가까운 거리였다. 미술관으로 들어서자 정준모 실장과 약속한 학예사가 마중 나오고 학예실장, 관장까지 접견을 하였다. 미술관 구내 식당 야외에서 조촐한 식사 접대를 받고 소장품 도록까지 받았다. 이 미술관은 개관 15주년 기념전시가 열리고 있었으며 건물은 내부까지도 대리석을 많이 사용한 건물이었다. 서양미술사에 거론되는 작가들의 작품이 많았다. 시내를 둘러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우리는 짧은 여정이었지만 가장 충만한 신사유람단의 근대미술 여행으로 자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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