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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성 호랑이와 싸이 말춤

윤철규





 

싸이의 말춤이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튜브 조회수가 5억 회를 돌파한 것은 물론 서울이 지구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를 나라의 사람들 조차 ‘갱남’ 하면서 흔들고 있으니 말이다. 이 정도라면 한국, 강남을 알린 공로로 문화훈장을 수여한 일도 당연하다면 당연하달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사스러운 말춤 신드롬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한국을 알리는 일이라면 의례 ‘한국미술’이 불려 나가던 행복한 시절을 기억하는 입장에서는 약간의 시샘(?)마저 느껴진다. 한때는 정말 전 세계에 한국을 소개하는 대표 선수로 늘 한국미술이 뽑히던 시대가 있었다. 1960년에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을 비롯해 미국을 순회하면서 전쟁의 나라 한국이, 실은 전통 있는 문화의 나라라는 것을 일깨워준 것이 한국미술 전시였다. 또 정치적 문제로 일본과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한국에 대한 인상을 바꾸라는 책임이 맡겨진 것도 한국미술 5천 년 전시였다.

 

요즘 이 ‘강남 스타일’ 성공에 대해 사계(斯界)의 분석이 한창이다. 또 마케팅 전문가들까지 가세해 고명한 의견을 더하고 있다. 그런데 싸이의 성공은 한국 문화의 대표선수 한국미술로도 얼마든지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일부에서는 덩달이 상술이라고도 할 것이다. 허나 이것은 우리만 하는 견강부회가 아니다. 좀 오래된 예이지만 나라 밖에서도 있었다. 소니가 컴팩트한 소니 워크맨을 세상에 처음 선보였을 때 전 세계 사람들은 모두 ‘일본답다’고 감탄했다. 소니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오밀조밀한 것에 특기가 있는 일본 문화, 일본 미술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싸이의 성공과 한국미술적 해석을 연결해주는 고리는 그가 말한 ‘B급 예술의 즐거움’이다. 60년대와 70년대 한국에 와있던 미국 외교관 그레고리 헨더슨은 한국 도자기에 푹 빠졌던 팬이었다. 나름대로 조선후기 도자기의 매력을 분석하려 무척 애를 썼다. 장문의 글을 쓰기도 했는데 거기서 그는 매력의 원천을 당시 도공들이 누린 자유의지(Spontaneity)에서 찾았다. 정부 직할의 제작소인 분원(分院)과 달리 지방 가마(=B급)에는 규제와 통제가 없거나 있어도 미미했다고 했다. 그런 자유 속에서 도공들은 정교함이나 인위적인 것과는 상관없이 자기 마음대로 문양을 그리고 형태를 빚어낸 것이다.


여기 조선시대 후기에 개성의 민간 가마에서 구워진 것으로 전하는 백자 철사호랑이문양 항아리가 있다. 굽 부분의 처리가 투박하다. 몸통에 그려진 호랑이도 세상에 이런 호랑이가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이다. 투박(Roughness)하지만 구수하고 익살스러우면서도 무게감(Weight)이 느껴지는 것이 이 도자기의 매력이다. 그런데 투박하면서 유머러스하고 무게가 나가는 것은 바로 싸이의 분위기가 아니었던가.


싸이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한국 문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별 것이 다 한국미술로 해석이 가능하다. 요즘 전세계 여기저기서 날마다 애플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이 만드는 반도체 같은 것도 한국미술식 해석이 가능하다. 


‘설마’하는 분이 꼭 있을 거다. 이런 분들은 지금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천하제일 비색청자”전에 가보시길 권한다. 특히 국보 68호인 청자상감 운학문 매병(靑磁雲鶴紋梅甁)은 꼭 보셔야 한다. 칠팔백 년 전. 청자 몸통에 검은 흙과 흰 흙을 살짝 파고 넣어 학과 구름으로 이뤄진 정교한 마이크로의 세계를 그려낸 것이 이 도자기다. 이 정도 되면 누구든 고개를 끄덕이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이 전시는 12월 16일까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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