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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김영헌 / 현실, 그 불안한 매력 : 김영헌의 Electronic Cloud

박천남

이 작가를 추천한다(30)

김영헌은 영상설치와 회화작업을 통해 과거에 대한 향수와 미래적 불안을 동시에 담아낸다.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전자화된 세상에 대한 긍정, 비판이 가득하다. 몇몇 색들을 나란히 그리고 동시에 구사하는, 마치 혁필화(革筆畵)와도 같은 독특한 화법으로 다층적인 복잡다단한 온라인 세상의 현실을 담아내고 있다. 그의 작품들에서 접하는 색채감은 실제 뇌파 구조에 나타나는 컬러에서 영감을 받았다. 전자적 컬러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여 컬러를 찾아내는 등 실제적으로 낯선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병행하기도 했다.

전자파, 혹은 컴퓨터 그래픽, 단청의 색과도 같아 보이는 특유의 색감이 인상적인 〈Cloud Map〉연작은 화면 가득 혁필의 느낌을 부여하며 구름·뇌 등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그의 화면은 어릴 적 자주 접했던, 당시 동경의 대상이었던 만화캐릭터(미키마우스·아톰)·바비 인형·히어로(슈퍼맨·배트맨과 같은 대상) 등이 제국주의·식민주의·상업주의 등의 배경 안에서 착안된 것임을 깨달은 과거 기억으로부터 비롯했다. 나이가 들면서 알아버린 만화 속 주인공, 캐릭터 등에 대한 실망감을 과거 문화식민제국주의·신자유주의·신자본주의를 거쳐 최근 대두되고 있는 신내셔널리즘 기운 속에 반추하며 한편으론 그리워하는 아이러니를 고백한다. 영상취재기자직을 병행했던 유학생활 동안 경험한 매스 미디어의 실체에 대한 자각은 그에게는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했다. 김영헌은 훌쩍 어른이 된 지금, 거부할 수 없는 미디어 편재와 어릴적 만화 캐릭터 등에 대한 이율배반적 그리움을 고백한다. 주지하다시피, 일렉트로닉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아우르고 김영헌은 그 세례 속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Electronic Nostalgia〉로부터 〈Electronic Cloud〉로 이어지는 일련의 회화작품들에는 실제 그러한 꿈과 동경들에 대한 비판적 그리움과 함께 동시대의 또다른 문화제국상업적 전략에 대한 지적이 교차한다. 붉고 푸른 노을 구름이 인상적인 〈Electronic Cloud〉화면에는 보다 정교해진 혁필 느낌과 함께 미래적인 불안이 가득하다. 이 연작들은 첨단과학의 시대, 매스 미디어에 의해 좀비가 되어 버린, 방송의 편파적인, 왜곡된 일방적 사실 보도로 인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역사·문화적 현실에 대한 지적이기도 하다. 또한 김영헌의 회화는 삶의 불연속성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세속적 두려움을 드러낸다. 생로병사, 사랑하는 이들과의 헤어짐, 그에 따른 기억의 소멸 그리고 극한으로 치닫는 과학의 발달과 균형 잃은 역사·문화의 진화에 대한 불안감 등이 그것이라 하겠다. 세상은 최근 매스미디어 중심에서 퍼스널 미디어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바야흐로 낯익은 것들로부터 벗어나 낯선 자리에 자리잡아나갈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 김영헌이 선보이는 일련의 회화, 설치작업들은 새로움에 대한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새로운 미디어 세상에서 경험하는 가능성과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 미디어 현실과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작가의 날선 고집을 확인할 수 있다.

김영헌의 작업은 미디어 세상에 대한 부정과 긍정의 양가적인 특성 사이를 오가는 우리 자신의 심리적인 지형이자 지도로 이해된다. 미디어에 대한 이율배반적 인정과 함께 희망과 불안이 교차하는, 불안한 매력이 시선을 잡아매는 그의 작업이 늘 궁금한 이유다



김영헌 (1964-)
홍익대 회화과 졸업, 영국 골드스미스 칼리지 1년 수학, 첼시칼리지 Fine Art 석사, 토탈미술관, 성곡미술관, 파리 에스파스이꺄르 등 국내외 개인전 6회,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 중앙미술대전 대상, 파리 삼성아틀리에, 뒤셀도르프 회허벡 스튜디오 입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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