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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강영민 / 대중 소비사회에서 소외되는 인간의 모습

이수균

이 작가를 추천한다(29)

가나컨템포러리에서 열리는 강영민 초대전의 제목은 ‘컴벳Combat’이다. 강영민은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사진·영상·인쇄매체·회화·설치 등의 다양한 장르와 함께 은유·암시·몽타주 기법 등으로 실현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과 대상들은 현재 대중 소비 사회에서 우리가 늘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이해하며 받아들이는 것들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넓게 ‘레디메이드’를 차용한다고 할 수 있다. 레디메이드는 필연적으로 개념 미술로의 길을 열었고, 그것은 또 예술적 대상의 사라짐과 함께 자연스럽게 예술 소멸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사실 일상적 재료나 산업 생산품 등을 곧바로 작품제작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예술을 일상과 동일하게 만듦으로써 예술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그에 대해 강영민은 대상에 약간의 손질을 가한다. 즉 예술가의 손의 위력, 화가의 붓질 같은 것, 작품과 작가 사이에 신비를 가져다줄 신체적 접촉이 있었음을 나타내고자 시도한다. 그래서 그의 레디메이드는 ‘리터치 된 레디메이드’가 되었고 낯설고 어리둥절한 것, 또 때로는 슬플 정도로 파괴적이고 초라한 것, 더러운 것, 괴물같이 추하고 흉흉한 것들이 되었으며, 관람객에게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길 요구하는 새로운 콘텍스트를 확보하게 되었다.



우리시대 이미지는 네트워크 속에서 유통되고 무한한 순환을 반복하면서, 그 원본은 의미를 잃어버리고 이미지 자체가 실재를 대체한다. 이미지가 실체화한 세계에서 본질이나 진실을 찾아 헤맨다는 것은 자체가 허구를 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실재란 이미 허구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이다. 강영민은 바로 이러한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여전히 이미지에 대해 실재나 본질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다고 착각하는 현상을 겨냥한다. 귄터 안더스가 지적했듯 “인간의 낙후성”에 의해 인간은 새로운 기술과 문명의 거대한 파괴적 힘을 체감하지 못하고 기껏 원시적인 상태의 폭력적인 것만을 상상할 수 있다. 강영민은 현대인이 여전히 1차 산업사회적 이미지(손으로 그려지고 만들어진 이미지)나 2차 산업사회적 이미지(사진 등 기계적 이미지)의 속성을 생각하면서 오늘날의 이미지에서 실체나 진실을 본다고 착각하는 현상을 깨뜨리고자 한다. 그는 매스미디어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이미지는 이미 가공되고 조작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사실을 이미지 해체와 재가공이라는 수법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결국 그가 보고자 하는 것은 이미지 밖의 어떤 힘. 다시 말해 문명에 대한 이의제기, 대중 소비사회에서 소외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이다.

강영민의 레디메이드는 그것이 원래 위치해 있던 현대 문명의 자리가 기묘하게 뒤틀려 있음을 말한다. 거기서는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피상적 아름다움이 내면의 깊은 아름다움을 추방하였고, 일시적이고 충동적인 것들이 영원한 신비를 대체하였으며,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의 소외와 도구화 앞에서 빛을 잃었다. 도시는 삭막한 합리성만을 추구하며 거주하기에 너무나 딱딱한 시설물들의 전시장이 되었고, 자연은 인위적 시뮬라크르로서 그 자연성을 포기한 지 오래다. 텔레비전과 매스컴에 의한 정보의 과잉과 거대 자본의 힘 역시 우리의 삶을 수동적이며,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리고, 개인은 존중의 대상 보다는 소비의 대상이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세상은 변화를 거듭하며 인위적이고 의미 없으며, 탈인간화 되어갔다. 강영민은 이 점을 지적하며 우리에게 어떤 저항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다. 그것은 인간에게 던지는 어떤 슬픈 숙명성의 예고이기도 하다.




강영민(1969- )
서울출생, 서울대 서양화과 및 미국 텍사스대학 졸업, 1991년부터 현재까지 8회의 개인전 단체전 다수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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