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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안경수 / 모호함과 불편함으로 기록한 문명과 인간에 관한 보고서

김상철

이 작가를 추천한다(27)

안경수의 작업은 일상의 이미지들의 조합과 충돌에 의한 모순과 역설의 나열이다. 인공에 의해 재현된 자연의 허구성과 완구와 같은 장난감들을 통해 드러내는 섬뜩한 폭력성, 그리고 낡고 추한 이미지들은 실상과 허상의 간극 사이에 존재한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교묘한 은유와 치밀한 상징으로 기록된 현대라는 시공에서의 인간과 문명에 관한 보고서라 읽혀진다.

그의 작업은 모호한 경계와 돌발적인 의외성을 통해 현상을 풀어내는 역설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전원적 서정으로 읽혀져야 할 자연은 고도의 인공적 산물로 대체되고, 흔히 프라모델이라 부르는 조립식 완구의 병정들은 본연의 장난감으로서의 기능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을 상징하는 전장의 병사를 연기하고 있다.

불꽃이 타오르고 피가 배어 나오는 전장에서의 병정들은 특유의 경직된 형상으로 반복되고 중첩되며 이유를 알 수 없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일그러지고 망가진 형상들은 녹슬고 퇴색하여 흉한 모습을 드러내기에 작가는 이를 꼴이 흉한 풍경(Malformed scenery)으로 명명하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단순히 시각적인 낡고 추해진 모습의 재현이 아닌 그 속에 내재된 현대인의 보편적 욕망을 투사하는 상징적 의미로 읽혀진다. 자본과 문명, 그리고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중요한 테마의 복합적인 조합은 그렇게 다양한 메시지를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차분하고 안정적이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인 것에서 발현되는 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그가 대면하고 있는 외부 세계에 대한 자신의 시각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것은 침착하고 정적이지만 그 본질은 차갑고 냉정한 것으로 읽혀진다. 현대문명의 우상과도 같은 상징적 이미지들은 그의 이런 시각에 의해 추하고 망가진, 이른바 꼴이 흉한 (Malformed)모양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것은 현실과 이상, 자연과 인공 등 첨예하지만 상대적인 가치들의 민감하고도 미묘한 경계 위에서 이루어지는 모호하고 불안한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모호함과 불편함을 해소하기 보다는 오히려 나열하고 전개함으로써 보는 이의 시각을 자극하고 사고를 유발하고자 한다. 우상으로서, 혹은 상징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사물들은 그 내면의 추악함과 엉성함을 고스란히 드러냄으로써 전혀 다른 읽힘의 대상으로 제시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상대적 가치를 지닌 사물들을 병렬하고 충돌시킴으로써 발생하는 시각적 자극이 지적인 반응으로 이어짐으로써 비로소 읽혀지는 조형의 은유적 설정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반어법적인 역설과 돌발적인 의외성은 보는 이의 사유를 통해 유기적인 증식을 통해 증폭되어 전달되고 있다.<작가로서의 안경수의 작업을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주제의 선택과 표현에 있어 일정한 균형감각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재와 표현에 있어 여전히 보수성이 여실한 한국화의 영역에서 작가가 드러내고 있는 재료에 대한 개방적 수용과 그 효과적인 운용은 대단히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전통적인 가치에 일방적으로 함몰되거나 현대라는 미명에 현혹됨이 없는 균형감각은 향후 그의 작업이 경직된 틀에 얽매이지 않을 것임을 대변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더욱이 그가 관심을 갖는 주제의 다양성은 무한한 증폭과 변주가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그의 작업에서 발견되는 그리기의 즐거움과 보는 재미는 바로 이러한 재료의 개방적 수용과 그 안정적 운용, 그리고 보편적 주제에 대한 개별적인 접근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단순한 서정으로서의 장식적 화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사의 스토리를 담을 수 있는 작가의 작업 구조라는 점 역시 흥미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작가의 작업은 독특한 상징과 은유로 이루어진 문명과 인간에 관한 보고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작업에 드러나고 있는 모호함과 불편함은 그것이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읽고 사유하는 텍스트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의 이러한 특질들은 충분히 주목하고 기대해 볼 수 있는 내용들이라 여겨진다.

안경수(1975- )
단국대 동양화과 졸업, 홍익대 대학원 석사. Island(Gallery b`one, 2010)외 개인전 3회. 프로포즈7(금호미술관, 2010), 2010 제 32회 중앙미술대전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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