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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김윤경/ 다양한 시도 속 일관된 작업

전영백

이 작가를 추천한다(19)

창의력이 좋은 작가들 중에는 한 우물만 파는 작가도 있지만, 여러 매체와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는 작가도 많다. 후자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개념의 일관성과 주제의 집중력이라 할 수 있다. 김윤경은 다양한 언어를 쓰면서도 작업의 개념과 주제의 초점을 잃지 않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조소, 공예, 설치를 거치며 최근 퍼포먼스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였다. 90년대 중반부터 가죽, 합성피혁, 고무판 및 헌옷 등의 재료를 쓰면서, 옷 혹은 외장(外裝)과 몸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옷이란 몸에 밀착돼 있어 가장 사적인 도구라는 점, 또 외적으로는 몸의 사회성을 대변하는 상징적 조건이라는 점에 착안하였다. ‘가장 외적인 피부’로서의 옷은 몸과 세계 사이의 경계이기도 하다. 김윤경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점으로, 신체와 공간의 친밀한 관계가 작업의 지속적인 주제라 할 수 있다.



구조적 측면에서, 그는 ‘뒤집기(reversal)’ 방식을 지속적으로 끌어온다. 안과 밖의 공간적 역전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다시말해, 작가는 연속성 상에서 내부와 외부의 구조에 관심을 가져왔다. 물리학에서 말하는 ‘회절 공간’과 같이, 우리가 속한 공간을 재발견하여 그 공간의 ‘유연성’을 부드러운 텍스츄어의 재료로 구현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오브제들의 안팎이 바뀌거나, 함께 공존하는 언캐니한 상황으로 제시하거나{<장갑>(1998)}, 관객이 집으로 만들어진 옷 속에 들어가게도 하고{<반영된 공간(Mirrored Space)>(2004, 인 갤러리)}, 또 안과 밖이 뒤바뀌는 설치공간을 몸으로 입어서 체험하게도 만든다{역전과 침투(Reverse and Penetrate), 2008, 런던}. 또한, 작가 스스로 집을 옷처럼 입고 거리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는데(<침투하다(Penetrate)>(2008)}, 이 경우 몸과 외장의 관계가 사회적 공간으로 확장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업에서 그는 런던의 도심 한복판에서 영국식 집모형을 뒤집어 쓴 우수꽝스런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하였다. 그의 설치나 퍼포먼스는 대체로 관객의 직접적 참여가 개입되는 특징을 보인다.

김윤경은 입체조형과 설치를 위주를 하면서도, 장인(匠人)적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독자성을 지닌다. 개념만 앞세우는 작가들과 차별되는 점이다. 작업 재료로 가죽과 섬유, 그리고 금속을 자유롭게 다루면서 창의적 개념을 발현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조소과 출신이라 그의 설치와 퍼포먼스에는 조형성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는 작가의 작업이 오래 가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윤경의 작업은 든든한 뿌리 위에 중심을 잡고 다양하게 뻗어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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