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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채미현

박래경

이 작가를 추천하다(12)

인체가 신기하다고 느낀 때가 있었다. 체내에 흐르는 물소리며 피소리가 우리 귀에 들리지 않고 차단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편 세상의 모든 것은 진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는 청진기, 현미경 등 유익한 기기를 만들어 내는 토대가 되었다. 이러한 생각의 꼬리를 따라 가면 결국 모든 것은 진동이며 파동이고 파동은 곧 에너지라는 결론에 함께 도달하게 된다. 그래서‘빛은 파동이다’라는 말을 오늘의 우리는 무리없이 하나의 상식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2006년 레이저 아티스트 채미현의 개인전이 김진혜갤러리에서 있었다. 생명의 맥박, 파동, 떨림을 붓으로 드로잉해 가듯이 녹색레이저의 광선이 공간을 가득 채우는 <몽유산수>가 있었고 위층에는 달의 지진음 박동이 시간으로 압축된 월진( Moonquake) 소리가 푸른 레이저의 디지털파형으로 움직이는 작품 <월광지곡>이 전시되고 있었다.
“가슴과 영혼을 울리는”이 작품 속의 달 울음소리는 나와 우주가 실재인지 가상인지의 현재의 장소성 속에 직결되어 있다는 느낌과 함께 겉잡을 수 없는 상념에 빠지게 만들었다.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그 근거를 알아보니 이런 것이었다. 70년대 NASA 아폴로 계획에 달의 지진연구자로 참여한 나가무라 요시오 박사의 배려와 이에 따른 이희일 박사의 자료전문 분석과정의 도움으로 실현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예술가와 과학자, 예술과 과학의 진정한 협력 관계가 이루어지는 하나의 현장을 만나게 된 것이다. 채미현-Dr.Jung의 복수개념이 등장하게 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을 지닌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노래를 부르며 자라나고 토끼가 방아 찢는 모습을 달 속에서 확인 하였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한국 사람들이 어른이 되고 미술가가 되면서 더러 전설 속의 달을 가까이 더욱 가까이 느끼고 싶어지면서 이야기가 현실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추적하게 된다.
그 달의 생명력을 급기야‘달의 진동과 소리가 생명화 하는 빛의 고리’를 통해 눈 앞의 현실로 되돌려 맞이하게 되는 과정의 결과가 여기서 확연하게 드러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젊음 모색 ‘94’전에 출품된 채미현의 공간을 가로질러 크게 만곡선을 그리는 적색레이저 작품은 심상치 않는 출발이라는 점을 암암리에 암시하고 있었다. 이 작가는 이때에 그림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생명발원의 에너지로 인식된 기의 전달로 삼고 그 전달수단으로 예리한 단일 파장의 인공광선인 레이저에서 본 것이다. 레이저를 중심 수단으로 삼고 있는 그의 작품이 일반적으로 차갑고 삭막한 과학기술 영역에 관련되어 있지만은 반대로 따뜻하고 촉촉하며 정서가 있고 감정이입이 가능하게 열려있는 특성을 잃지않고 있는 것은 애초에 그림공부를 할 때부터 생명을 중히 여기고 있었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생명을 레이저로 드로잉 한다는 생각이 작업에 임하는 이 작가의 머리를 가득 채우게 된 것이다. 그의 작품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또 그러한 작가의 인식과 생각이 토대가 됨으로써 과학기술과의 협력관계에서 작품의 중심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채미현의 그러한 작품세계를 나는 인간적이라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화로 향한 과학 매체의 적용이라는 발전적 의미를 여기에서 찾고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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