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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미국 미술시장 ‘기사회생?’ 11월 메이저 경매 엇갈린 반응

이규현

이규현의 현장포커스(17)


미국 미술시장 ‘기사회생?’
11월 메이저 경매 엇갈린 반응
_ 수작(秀作) 인기는 여전… 추정가 낮아지고 출품작 수 적어져


미국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의 실크 스크린 ‘200개의 1달러(200 One Dollar Bills)’가 지난 달 뉴욕 미술시장의 큰 뉴스였다. 뉴욕의 하반기 최대 경매 주간인 11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 크리스티와 소더비에서 열린 ‘인상파 및 근대미술 경매’와 ‘전후 및 현대미술 경매’에서 앤디 워홀이 이 작품으로 오랜만에 체면을 세웠기 때문이다. 1달러짜리 지폐 200장이 빽빽하게 화면을 채운 세로 2m, 가로 2.3m의 대형 작품이 추정가 최고치의 세 배가 넘는 4,370만 달러(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소더비의 현대미술 담당 최고 스페셜리스트이자 경매사인 토비어스 마이어는 경매를 앞두고 한 기자회견에서 “이런 작품을 위탁 받았다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작품의 홍보에 최대한 포커스를 맞췄다. 앤디 워홀 작품을 리드로 해서 소더비에서 팔린 몇몇 작품들이 올 가을 메이저 경매의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

체면 세운 앤디 워홀 실크스크린
바스키아, 피카소 등 유찰되기도

크리스티에서는 하이라이트로 나온 작품 중 하나인 피터 도이그의 <그림자(Reflection)>가 추정가 최고치보다 훨씬 높은 1,000만 달러(수수료 포함)에 팔렸다. 물에 비친 풍경을 표현하는 이 작가의 작품 스타일을 아주 잘 보여주는 보기드문 수작이었다. 인기있는 생존 작가의 인기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브라이스 마덴, 필립 거스통, 바스키아의 드로잉이 각 작가의 드로잉 부문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번 경매 주간 때 몇몇 수작이 예상보다 비싸게 팔린 것은 ‘물건만 나타나면 살 사람은 아직 있다’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크리스티와 소더비의 2주간 경매를 합친 낙찰 총액은 2억 6,000만 달러(수수료 불포함)로 추정가 범위 내에 들었다. 한창 때인 2007년의 7억 8,200만 달러에 비하면 곤두박질한 액수지만, 작년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그래서 이번 경매의 결과를 놓고 ‘시장회복의 신호’로 보는 의견도 있다.

호황기 때의 관행이 다시 나타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경매 주간에서 개런티가 부활했다”고 보도했다. 개런티는 좋은 작품을 가진 사람에게서 작품을 위탁 받기 위해 경매회사가 “팔리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이만큼은 주겠다”고 약속하는 계약금이다. 미술시장 호황기인 2006년과 2007년에는 국내외에서 위탁자에게 고액의 개런티를 주는게 공공연했다. 하지만 시장불황으로 많은 작품이 팔리지 않고 경매회사들이 개런티를 떠안게 되자, 작년부터는 더 이상 개런티를 지급하지 않게 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하지만 이번에 다시 나타난 개런티 관행의 경우, 예전처럼 경매회사가 개런티를 떠안는 방식이 아니라, 작품을 사겠다고 확신한 제 3자인 딜러나 컬렉터가 개런티를 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몇 개 결과를 놓고 과거의 부활을 얘기하기엔 물론 매우 이르다. 아직 시장의 불안을 알리는 소식이 더 많다. 대가의 대표작품이 유찰되는 경우는 아직 흔하다. 크리스티에서 하이라이트로 내놓았던 피카소의 <도라 마르 초상화(Tete de Femme)>와 장 미셸 바스키아의 대작 <브라더소시지(Brother Sausage)>는 내정가에 미치지 못해 유찰됐다.

경매 출품작품의 추정가가 현실을 반영해 대체로 낮아지고 출품작품의 수도 한창때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간 것은 경매의 결과에 오히려 좋은 결과를 안겼다.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작년 가을 메이저 경매때 낙찰률은 56%에 그쳐 큰 충격이었는데, 올해는 출품 작품을 고심하고 가려 내놓은 덕에 낙찰률이 80%로 올라갔다. 미술시장이 2년 가까이 불황 진통을 겪으면서, 예전의 불건전한 관행이 고쳐지는 계기도 되고 있다. 작품을 샀다가 1-2년 만에 다시 내놓는 단기 투자자들의 경우 샀던 가격만큼도 못 받고 손해보는 경우가 종종 보도되는게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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