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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불황일수록 ‘신흥 미술시장’은 더 타격

이규현

이규현의 美국&美술(14)

“한국 미술작가들은 국내에서 후원을 잘 받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팔려는 노력을 많이 하지 않는다.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한국 작가들은 가격을 좀 내려야 할 것이다. 그런데 별로 가격을 내리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홍콩의 유명 컬렉터이면서 유망한 아시아 현대작가를 뽑는 ‘소브린아시아아트프라이즈(Sovereign Asian Art Prize)’를 설립한 하워드 빌튼(Howard Bilton)씨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의 새로운 작가들은 자신만의 성격(Originality)을 찾기 보다는 성공한 인기 중국 작가들을 따라 하고 있고, 점점 정형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빌튼씨는 여러 해 동안 아시아를 중심으로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구입해 온 컬렉터이고, 상금이 25,000달러나 되는 미술상 재단을 설립한 사람이다. 그가 미국 유력지를 통해 밝힌 아시아미술에 대한 견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세계 미술시장이 불황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2008년부터 한국·중국·인도 등 신흥미술(Emerging Art) 시장이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6-7년에 새롭게 떠올랐던 시장이니만큼 불황이 되면서 받는 타격도 더 크다. 게다가 미술작품이 한두 푼으로 쉽게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불황일수록 안전한 작가, 잘 알려진 미술은 더 잘 되고, 새로운 작가들의 진입장벽은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불황일수록 신흥미술시장 타격 “한국 미술작품 가격 내려야”
미술을 투자의 가치로 보는 시각에서도 신흥미술, 넓게는 젊은 현대미술작가들의 시장은 어렵다. 지난달 초 열렸던 뉴욕 최대의 아트페어 ‘아모리쇼(The Armory Show)’에서는 아트펀드의 현황을 짚는 포럼이 열렸는데, 여기에서 참석자들 역시 현대미술시장, 특히 신흥미술시장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아르테문디글로벌아트펀드의 자비에르 럼브레라스 대표는 “현대미술시장은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투자로서 현대미술을 추천하지 않는다. 서양미술사 대가들의 작품이 안전하다”고 했다. 지난 몇 년 간 중국과 인도의 미술시장이 들쭉날쭉했던 것도 전체적으로 아시아 현대미술시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이 포럼에서 세계적 미술시장전문지인 『아트앤옥션』의 저드 털리 편집장은 “중국, 인도 등 새로운 마켓에서 투자 중심의 매매가 널리 퍼졌었는데, 인도의 경우 아트펀드 여럿이 손실로 인해 문을 내렸다”며 “돈이 아주 많고 적시에 진입해 투자 수익을 본 사람들에겐 미술이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아시아 현대미술이 투자가치로서도 각광을 받다가 이에 대한 열기가 확 식은 것은 사실이다. 빌튼씨의 지적대로, 한창 호황 때 작품가격이 너무 올라버린 것도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시장 진입에 방해가 되고 있다. 파리에서 한국·일본 등 해외 작가를 중심으로 전시 하는 갤러리 LMD의 래티샤 들롬 대표는 “손님들 대부분이 한국 젊은 작가들 작품을 좋아한다. 작품성이 높고 지금까지 본 것과 다르게 독특한 미감이 있다고 칭찬하는데, 막상 가격이 높아 사기를 꺼린다. 같은 가격으로 서양의 웬만큼 이름 있는 작가 작품도 살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모르는 나라의 모르는 작가 작품을 사려 하지 않는다. 반면 가격이 낮은 한국 작가의 작품은 쉽게 팔린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지난달 아모리쇼 기간 중에 열렸던 한국화랑협회의 아트페어 ‘코리안아트쇼(Korean Art Show)’는 이 기간 중 열린 다른 위성 아트페어와 달리 현지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한국과 중국이 한창 아시아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치솟았던 2006년과 2007년의 힘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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