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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뉴요커들의 ‘favorite painting’

이규현

이규현의 美국&美술(13)
누구나 ‘favorite painting’을 마음에 둔 도시
- 자주 뽑히는 작품은 과거전통과 결별하는 새 시대 알린 작품들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모처럼 별 다른 일 없는 자유시간이 생겼다.
특별히 약속도 없고 딱히 갈만한 곳도 떠오르지 않아, 별 목적지 없이 지하철을 탔다. 마침 아이 친구의 엄마가 지금 모마(MOMA,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하는 ‘온 라인(On Line)’이라는 드로잉 전시가 참 좋았다고 말한 게 생각나 모마로 갔다.
‘온 라인’은 20세기 이후 여러 미술작품에 나타나는 ‘드로잉’ 경향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실제 연필로 종이에 그린 ‘드로잉’에서 나아가, 종이나 선(線)을 소재나 주제로 한 유화·조각·설치·사진으로까지 ‘드로잉’의 개념을 확대한 전시였다. 이 전시를 다 보고, 옆 전시장에 있는 앤디 워홀의 ‘영상(Motion Picture)’라는 전시를 보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근대미술 상설전시장, 작년 가을부터 하고 있는 뉴욕 추상표현주의 특별전 전시장을 지나쳐 다시 1층까지 왔다. 언제 와도 볼 게 그치지 않는 미술관. 1층 조각공원으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질비나스 켐피나스라는 작가의 설치작품 <더블 O(Double O)>가 막 돌아가고 있었다. ‘온 라인’ 전시에 나온 것인데, 선풍기 두 대가 마주 보고 돌아가고 있고, 그 사이에 자기 테이프(Magnetic Tape)가 공중에 떠서 춤추듯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바람의 힘 때문에 자기 테이프는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종일 공중에 떠서 허공에 드로잉을 그릴 수 있다. 이 작품 앞에서 한참 웃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미술을 참 재미있게도 보는구나, 생각했다.



“그림은 필수 영양분”
“시나 음악처럼, 그림은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유지해주는 필수 영양분이다.”
뉴욕타임즈의 미술담당 기자인 로베르타 스미스는 작년 마지막날인 12월 31일자 주말판 커버스토리에 이렇게 썼다. 이 말대로, 문학이나 음악, 어찌 보면 음식처럼 미술은 뉴요커들 삶의 일부다. 그래서
‘뉴욕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은 미술평론가들과 기자들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주제별로 다양한 미술관이 워낙 많고, 또 미술관에 가지 않더라도 도시 곳곳에서 좋은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내 마음의 미술작품’을 하나씩 가지게 된다. 아무리 입장료가 비싼 미술관도 1주일에 한번씩은 꼭 무료입장 시간이 있어서, 줄 설 각오만 하고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비싼 미술관에 들어갈 수 있다.



뉴욕타임즈는 이 기사에서 미술 담당 기자 세 명이 뽑은 ‘내가 뉴욕에서 제일 좋아하는 그림’을 세 페이지 전면에 걸쳐 소개했다. 프릭 컬렉션에 있는 죠바니 벨리니의 <사막의 성 프란시스(St. Francis in the Desert, 1480년)>,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있는 베르메르의 <물항아리와 함께 있는 젊은 여성(Young Woman With a Water Pitcher, 1662)>, 미로의 <타라고나의 포도나무와 올리브 나무(Vines and Olive Trees, Tarragona, 1919)>, 쿠르베의 <바다(The Sea, 1873)>, 모마에 있는 피카소의 <초록 정물화(Green Still Life, 1914)>, 구겐하임에 있는 말레비치의 <눈보라 친 뒤 마을의 아침(Morning in the Village After Snowstorm, 1912)> 등이 꼽혔다. 르네상스에서 근대미술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고른 것은, 뉴욕이 단지 현대미술만의 보고(寶庫)가 아니라 유럽 종교화와 르네상스에서 근·현대미술까지 다 가지고 있는 도시라는 것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인 것 같다.
뉴욕의 유명한 미술평론가이자 「뉴욕 매거진」의 기자인 제리 솔츠도 작년말에 ‘뉴욕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소개했다. 모마의 미국현대미술 대표작인 잭슨 폴록의 <One : No 31>과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Bather)> 등이 꼽혔다. 미술평론가들이 뉴욕에서 최고로 꼽는 작품들은 대부분이 과거의 전통과 결별하는 새 시대를 예고했던 작품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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