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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진화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

이규현

이규현의 美국&美술(3)

작업실 덜렁 주기 보다는 ‘교육’ 중심… 80세 원로작가도 입주

미국에서 작업하는 아티스트들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혜택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작가들이 무료로 작업할 공간을 받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미국 곳곳에서 점점 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방식도 점점 다양해 지고 있다.



뉴욕 로어 맨해튼에 있는 ‘아펙스아트(Apexart)’는 현대미술 전시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하는 재단이다. 외국 및 미국 다른 지역에 사는 작가들을 뽑아 1개월씩 초청하는데 다른 레지던시 프로그램처럼 작업실 공간을 주지 않는다. 대신 맨해튼의 교통요지인 ‘유니온 스퀘어’ 지역에 거주할 아파트만 제공하고 1개월 동안 뉴욕시 관광을 하게 한다. 물론 철저하게 스케줄을 짜서 감시하고 관리한다. 현대미술과 관련된 강의를 듣게 하고, 전시를 보게 하고, 이 기관에서 주최하는 퍼블릭 프로그램에 참여해 동료 작가 및 관객들과 적극 교류하게 시킨다. 이 재단의 설립자인 스티븐 랜드(Steven Rand)씨는 “뉴욕에 와서 작가가 작업실 안에서 작품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여기 와서 틀어 박혀 작업을 하도록 만드는 게 아니라, 뉴욕의 문화 자원으로 아티스트를 교육하는 게 진정한 레지던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입주했던 미국 작가 콘라도 페레라는 “사람들을 만나고 장소를 방문하고 강의를 듣고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꽉 차 있었다. 뉴욕에 대한 넓은 시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사실 요즘 미국의 레지던시 프로그램들은 공간만 제공하는 것보다 교육을 강조하는 곳이 늘고 있다. 뉴욕 아트 스튜던트 리그(Art Students League of New York)에서 실비를 받고 제공하는 ‘바이트라실(Vytlacil)’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맨해튼 인근의 자연 숲 속에서 아티스트들이 일정 기간 함께 캠프를 한다. 같이 먹고 생활하고 수업을 들으면서 다른 작가들과 교류하는 것이 중심이다. 여기 입주했던 노르웨이 작가 갈리나 마니코바는 “30분만 가면 뉴욕시내라서 입주 기간 동안 뉴욕에서 하는 전시도 거의 다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입주 작가 나이는 23세에서 80세까지 다양하다. 미국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는 젊은 작가만이 아니라 수염 희끗한 중견ㆍ원로 작가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레지던시의 큰 장점은 노출되는 것”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가장 큰 혜택은 물론 작업실을 일정 기간 동안 무료(또는 실비)로 주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아티스트들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더 큰 이유는 ‘노출’이 되기 때문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된 작가들 여럿이 한 건물에 모여 작업을 하기 때문에 큐레이터, 컬렉터, 관객, 딜러, 평론가, 기자 등 미술계 사람들의 방문이 잦다. 작가가 작업에만 열중하면서도 자신을 홍보할 수 있다. 입주기간 동안 하는 오픈 스튜디오나 입주가 끝날 때 하는 전시를 통해 작품을 보일 기회가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국립미술창작스튜디오가 고양시와 서울 창동처럼 시내 중심에서 벗어난 변두리에 숨어 있는 것과 달리, 뉴욕의 레지던시 프로그램들은 접근성 좋은 것을 우선 따진다.

작년에 브룩클린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한 설치작가 곽선경(Sun K. Kwak)은 뉴욕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뒤부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뒤져 지원해서 작업공간을 마련해왔고, 현재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의 많은 미술관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 매스킹 테이프를 벽에 붙이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기에 비영리 재단에서 지원하는 이런 스튜디오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그는 특히 좋았던 프로그램으로 뉴욕 PS122 레지던시 프로그램, 작가연합 레지던시(Artist Alliance Residency)를 꼽는다. 곽선경은 “미술계 사람들에게 내 작업이 노출되는 것도 좋았지만, 동료작가들과 커뮤니티를 형성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서로의 작업에 대해 얘기도 나누는 것이 참 좋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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