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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미술관과 갤러리에 더 이상 경계가 있을까?

이규현

이규현의 美국&美술(2)

LA모카 관장에 제프리 다이치

지난 달 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LA현대미술관 모카(MOCA)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딜러인 제프리다이치(Jeffrey Deitch, 57)를 관장으로 선임해 미국 미술계가 들썩하다. 이에 앞서 뉴욕에서는 디자인회사 IDEO의 창업자인 산업디자이너 빌 모그리지(Bill Moggridge)가 상업영역 출신 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쿠퍼-휴잇 국립디자인박물관의 관장이 됐다. 제프리다이치 관장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미술관 관장은 큐레이터나 미술사학자출신이 맡는 경우가 절대다수였다. MBA 출신 경영인인 토마스크렌스 전(前) 구겐하임미술관장, 화장품회사 시세이도의 명예회장이었던 후쿠아라 요시하루 일본 도쿄 도립사진미술관 전(前) 관장, 대우전자사장·회장출신인 배순훈 국립현대미술관관장처럼 전문 경영인이 관장을 한 적은 있지만, 그림을 팔아 장사하는 미술 딜러가 미술관관장이 된 예는 없었다.



제프리다이치는1970년대 중반부터 뉴욕소호에서 딜러로 일하기 시작했고, 1996년에‘다이치프로젝트(Deitch Projects)’라는 갤러리를 열어 바네사비 크로프트, 오노요코, 키스해링 등 세계적 현대미술가의 전시를 하며 작품도 잘 팔아왔다. 시티은행의 미술품 투자 자문가였고, 여러기업의미술품구매및투자자문가로일해왔다. 그럼 그를 관장으로 모셔간 LA현대미술관 모카는 어떤 곳인가? 1979년에 세워진 이후 줄곧 현대미술만을 다룬 이 미술관은 재단후원금, 정부지원금, 기부금 등으로 운영되는 사립미술관이며 미국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권위가 있다. 하지만 뛰어난 전시기획력과 명성에 비해 운영이 부실해 경영의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다른 미술관과 합병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런 모카가 구원투수로 택한 제프리다이치는 이미 미술계에서 신뢰와 능력을 검증받은 사람이다. 하버드대학의MBA 출신으로 30년 간 미술시장에서 딜러로 활약하며 전세계 미술계의 컬렉터, 딜러, 미술관 관계자 등 중요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래서 의외로미국언론들은장사꾼제프리다이치가미국의권위있는미술관관장이 된 것을 고깝게 보지 않았다. 뉴욕현대미술관모마(MoMA)의 글렌로리 관장은 “제프리 다이치가 뉴욕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며 보인 열정과 도전정신을 모카에 쏟아 부을 게 분명하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제프리 다이치의 경우 이미 도쿄의 모리미술관과 롯본기힐스 퍼블릭 아트&디자인프로젝트에 자문위원으로 활약한‘미술관경력’도 갖고 있으며, 미술평론가로서 수많은 현대미술 작가들의 평을 쓰고, 도록을 제작해왔다. 그의 직업이100% 그림 장사꾼은 아니었던 셈이다.<상업영역에 손 내미는 미술관들

모카와쿠퍼-휴잇 국립디자인 박물관에서 보듯, 미국에서는 미술관과 갤러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모카가 제프리 다이치 외에 관장 후보로 놓고 있던 사람은 뉴욕 소더비의 현대미술 담당 최고 스페셜리스트인 토비어스 마이어와 바젤 아트페어의 디렉터 새무얼 켈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상업영역’에서관장을 끌어올 계획은 분명했던 것이다. 모카의 이사장인 엘리 브로드는“세상이 바뀌었다. 미술관의 오랜관행을 바꿀때가 됐다.”라고 말했다.

‘미술관=비상업’,‘ 갤러리=상업 ’이라는 공식은 이미 깨진지 오래다. 일단 갤러리도 미술관 못지않게, 아니 어떤 때에는 미술관보다 더 낫게 전시와 교육의 기능을 담당한다. 제프리 다이치도 이번에 관장이 되고 나서 미국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다이치 프로젝트는 상업갤러리라기보다는 아트센터처럼 운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더 이상 관객이제발로 걸어서 오는 시대가 아니기에, 미술관은 재미있는 ‘호객’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비즈니스맨들을 주요 임원으로 고용하면서 상업영역에 손을 내밀고 있다. 갤러리는 아카데미의 옷을 입고, 한편에서 미술관은 넥타이를 풀어 젖히면서, 미술관과 갤러리 사이의 경계는 점점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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