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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형(天荊)을 안고 태어난 작가, 그러나 천복(天福)을 누린 작가

김상채

마르크 샤갈 2003. 3. 14 - 6. 23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일반인들에게는 가장 인기있으면서도 비평가나 미술사가들에게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작가가 바로 마르크 샤갈(MARC CHAGALL:1887-1985)이다. 유태인의 민속과 러시아의 풍경, 성경의 이야기, 그리고 환상과 우화를 통한 동화적 상상력의 세계를 화려한 색채로 풀어놓았던, 이방인이지만 가장 프랑스 적인 삶을 살다간 예술가, 마르크 샤갈이 다시 관객속으로 찾아왔다. 그러나 샤갈에 대한 상충된 평가와 일반인과 전문가의 사이의 엇박자 이해 때문에 이번 전시의 기획의도 또한 다소 복잡하다. 대중적 인기에만 편승해서 시도된 전시도, 그렇다고 미술사적 업적만을 평가하기위한 전시도 아닌, 이 두가지 요소를 절묘하게 접목시킨 전시이다. 1970년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렸던 대규모 회고전 이후 33년만에 열리는 마르크 샤갈의 회고전이 이번에도 같은 장소에서 지난 3월 14일부터 년 6월 23일까지 열리고 있다.

러시아의 작은 마을 비테프스크(vitebsk)에서 유태인으로 태어난 그는 고향마을의 한 아틀리에에서 잠깐의 미술수업과 생 뻬테스부르그(saint petersbourg)의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1910년 첫 파리정착을 시도한다. 초기 파리시기(1910-1914년)에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을 넘나들면서 입체파와 야수파, 그리고 미래파를 두루 섭렵하기도 하지만 결국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방법론을 찾아 나간다.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러시아로의 귀환시기(1914-1922)에 본국에서의 활발한 작품활동은 이후 샤갈의 예술적 역량을 평가하는 근간이 되기도 한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야수파나 초현실주의와 같은 아방가르드적인 요소가 보이긴 하지만 보다 입체파에 경도되어 있는 느낌이다. 절제된 색채와 단단한 구성력, 작가의 시적 상상력 등과 더불어 새로운 실험정신이 가미된 작가의 독창적 요소가 두드러지는 시기이다. 대체로 주제는 자신의 삶의 근거지였던 러시아의 고향마을과 자신의 뿌리였던 유태인들의 일상사와 민속적 이미지, 부인 벨라와의 사랑이야기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시기에 샤갈은 모스크바의 유태인 극장의 장식화와 의상과 무대 디자인 작업을 통해서 자신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된다. 이번 전시기획자가 바로 초점을 맞춘 시기가 바로 샤갈의 러시아 시기(1914-1922)이다. 1923년 파리로 돌아와 에른스트와 엘뤼아르 등의 권유로 초현실주의 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당대의 시류에 합류하지 않고 다시 개인적 작업에 몰두한다. 이후 프랑스에 재정착하면서 다시는 못 볼 고향마을에 대한 향수와 프랑스의 풍경, 남불의 찬란한 색채, 성경에 대한 삽화와 동물의 우화 등을 주제로 이전 시기보다 훨씬 자유분방하고 화려한 색채의 구사가 두드러지고 서정적이고 환상적 이미지와 동화적 상상력이 더더욱 증폭된다.

러시아태생의 유태인이지만 프랑스에 정착하면서 두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고, 동화된 듯 동화되지 않는 양성적 이미지는 샤갈만의 특성이기도 하다. 유태인이면서 유태교와 기독교의 교리에 대한 묘사, 이방인이면서도 고향에 대한 향수와 함께 가장 프랑스적인 이미지들의 표현, 어쩌면 그 험난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자기처세의 한 방편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유태인이며 이방인이였지만 뛰어난 환경적응력으로 당대의 시대적 암울과 시련을 극복해 내었던 몇 안되는 작가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러시아 시기, 모스크바의 유태인 극장 장식화, 동물우화, 성경, 프랑스 시기, 등 5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11개의 전시실에 약 180여점 출품되었다. 대중성을 등에 업고 결국 러시아 시기 샤갈의 미술사적 업적을 조명해 보고자 하는 숨은 의도가 있었지만 관람객들은 샤갈을 통해서 무한한 동화적 상상력과 종교적 신성, 그리고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이 주는 삶의 환희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백년 가까이 살면서 당대에 이미 인기작가로 경제적 안락함과 더불어 명성을 누렸던 비록 천형을 안고 태어났지만 천복을 누린 20세기 가장 행복한 작가중의 한 사람인 것 같다.

본래 재정조달의 어려움때문에 그랑 팔레에서 열리기로 되어있었던 다른 전시가 취소되자 2005년에 열릴 예정인 마르크 샤갈전이 2년이나 앞당겨 이번에 열리게 된것이다. 결국 그랑 팔레에서는 재정적인 문제를 감안하고 일반인들에게 인기작가인 마르크 샤갈을 앞서 내보낸 것이다. 문화선진국인 프랑스에서 마져 미술분야에 대한 국가지원이 그리 원활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안으로 찾은 샤갈을 통해서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적인 전시회를 만들어낸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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