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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미지 속의 음모, 그 도발적 유쾌함(?)

김상채

르네 마그리트 2003. 2. 11 - 6. 9 프랑스 파리 쥬드폼 국립갤러리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1898-1967)의 회고전이 2월 11일부터 6월 9일
까지 파리의 쥬 드 폼 국립 갤러리에서 열린다. 파리에서는 퐁피두 전시 이후 23만년에 열리는 전시이지만 이미 지난 1998년 마그리트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통해서 그의 예술적 업적을 관객에게 선보인 바 있다. 브뤼셀의 전시에 비해 다소 규모는 작지만 이번 전시는 마그리트 예술의 연대기적 여정보다는 현대미술의 수많은 작가들이 그에게서 어떠한 영감을 추출해 냈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다시 말해 이 전시는 1925년에 제작된 초현실주의 작품 이후 기나긴 작가 자신의 회화의 혁명을 보여주면서 현대미술 속에 드리워진 마그리트의 영향력을 입증하기 위해서 기획된 전시이기도 하다. 160점의 회화작품과 오브제, 꼴라쥬 그리고 15점의 사진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여타의 전시와 다른 기획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브뤼셀의 왕립 미술아카데미에서 그림을 시작한 마그리트는 졸업 후 초기에는 주로 입체파와 미래주의와 연관된 작업경향을 보인다. 또한 벨기에의 전위적 예술운동에 관심을 갖고 그들과 교류하면서 벨기에 아방가르드에 적극적인 참여를 한다. 이런 와중에서 1922년 이탈리아 형이상학파였던 지오르지오 데 키리코의 작품 <사랑의 노래>라는 복제품을 보고서 자신의 새로운 예술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전혀 어울리지 않은 것들을 병치시켜서 화면 속에서 기이함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 생소하고 낮선 장면의 등장, 비현실적 세계의 묘사, 불쾌하고 소름끼치는 이미지의 창출 등 마그리트는 회화를 보는 것으로 국한시키지 않고 그 안에 퍼즐게임을 만들어 놓는다. '내 그림들은 생각의 자유에 대한 구체적인 징표의 존재를 위해서 구상되어 졌다. 이 때문에 바로 작품들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정밀한 이미지인 것이다'라고 했던 그는 그림을 외형의 시각적 이미지로 한정하지 않고 실재를 넘어선 그 의미의 분석과 사물의 또 다른 세계에 대한 탐구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관객들은 열심히 제목과 작품의 연관성을 찾으려 하고, 작품에 내재된 의미를 읽어내려 한다. 그 순간 이미 관객들은 마그리트가 의도한 게임에 빠져 들고 있다. 작품의 상징적 의미를 읽어내려 하면 할 수록 깊은 미로 속에 갇혀 실타래를 풀 수가 없다. 1927년 파리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초현실주의에 참여하게 된 마그리트는 1928년 첫 초현실주의 전에 참가하게 된다. '삶과 죽음, 실제와 상상, 과거와 미래, 이해 가능한 것과 이해 불가능한 것, 낮은 것과 높은 것이 더 이상 모순으로 느껴지지 않는 정신의 어떤 순간이 존재 한다'라는 초현실주의 제 2선언처럼 마그리트는 충실한 초현실주의 운동의 실천자로서 인습화된 논리체계에서 벗어나면 깨닫지 못했던 실제 존재하는 또 하나의 현실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을 작품 속에서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는 파이프를 그려두고서 그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명기함으로서 언어와 사물의 간극을 통해 일상생활 속의 낯익은 대상물에 생소함을 부여하여 사물의 시각적 변증법을 만들어낸다. 바로 사물에 대한 새로운 변형이 주는 신비감을 관객들에게 환기시키고 있다. 밤과 낮이 동시에 존재하는, 우리의 사고의 한계로는 불가능한 현실의 이미지, 그러나 낯설지 않은 시적 신비로움을 주는 작품인 <빛의 제국>은 관념의 틀을 깨버림으로서 이성적 논리의 위반 속에서 신비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보여주고 있다.
시각적 진실의 허구와 그것이 주는 환상, 그리고 변형을 통한 새로운 세계를 마그리트는 작가적 상상력과 철학적 사유를 통해서 통렬하게 비판하고 유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회화는 세상의 외관을 재현하는 거울이 아니다. 회화는 원하는 것 모두를 만들어 내는 거울이다. 대상의 앞과 뒤, 그리고 숨겨진 내면까지도 포함해서, 단지 외관의 재현은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는 바보짓에 불과하다' <금지된 재현> 전시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다른 전시에 비해 관객들의 전시관람 속도가 더디고 각각의 작품 앞에서 열심히 무언가를 찾는 관객들이 눈에 띈다고 한다. 또한 작품 앞에서 시종 무엇인가를 토론하는 장면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마그리트의 작품은 관객들에게 즐거운 수수께기 놀이의 장으로, 그곳에서 수수께끼를 풀어내든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겨 놓든 마그리트가 의도한 놀이에서 관객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게임에 몰두할 수 있는 행복한 전시회를 만난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이것 또한마그리트의 위대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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