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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그들만의 잔치에 개혁을 기대하며, 피악(FIAC) 30주년

김상채

FIAC전 2003. 10. 9 - 10. 13 포르트 드 베르사이유, 파리 엑스포전시장

올해 파리는 유별나다.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더위로 인해 숨막히는 여름날이 그랬고, 예전 같으면 회색빛으로 드리워진 구름아래 일상이 된 비오는 날의 풍경 또한 이 가을에 여간 해서는 볼 수 없으니 말이다. 파리답지 않은 눈부시게 푸르른 날의 이 예술도시에 여전한 것은 풍성한 문화예술 행사들이다. 매년 파리에서 열리는 FIAC '파리 국제 현대미술 아트페어'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해서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1974년 파리의 바스티유 옛 역사에서 80개의 갤러리가 참여하여 '현대미술 국제 살롱전'이라는 명칭으로 첫 개관을 하여 올해로 30주년을 맞이 하였다. 10월 9일부터 10월 13일까지 5일간 진행되었던 이번 전시회에는 22개국에서 175개의 갤러리를 통해서 1000여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참여하였다. 26개의 갤러리가 처녀 출전했고, 쿠바, 캐나다, 일본, 룩셈부르그 그리고 포루투갈등의 5개국이 새로운 피악(FIAC) 참가국이 되었다.



<밀라노의 존카 갤러리>의 '1945년 이후 이탈리아 예술가들'과 같은 17개의 주제전시가 열리고 33개의 개인전, 18개의 젊은 갤러리들이 참가하였다. 12일과 13일 이틀간에 걸쳐서 '예술 카페'라고 명명된 토론공간을 마련하여 '예술과 도시','참여미술', '예술가들은 바보들인가?.' '중국의 현대미술과 세계화' 등의 주제로 강연회가 개최되었으며 중국 작가들과의 대담행사가 진행되기도 하였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 중국 작가들에 대한 배려와 중국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파리에서 살면서 뉴욕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인 자오 우 키(Zao Wou Ki)(뉴욕 마르를 버로우 갤러리)를 비롯하여, 리용 비엔날레에서 각광을 받았던 얀 페이 밍(Yan Pei ming), 과 진 동 쳉(Xin Dong Cheng)(베이징 화랑)등 전년도에 비해 확실히 중국작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아시아에서는 네 개의 화랑이 참가한 중국과 일본의 한 개 화랑, 그리고 한국에서는 대구의 시공화랑에서 박서보, 권오봉, 이영배와 80년대 후반부터 프랑스에서 작업을 해 온 조각의 윤희 등 네명의 작가가 참여하였으며 런던의 리슨 갤러리에서 이우환이 참여하였다. 한국이 초청국가였던 지난 96년 이후 매년 한국 갤러리들의 참여는 점점 줄어 이번에는 시공화랑만이 참여했지만 우리 작가들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은 사뭇 진지하고 나름의 성과를 거둔 듯하다.



피악이 벌써 30주년을 맞이했건만 파리의 미술시장이 크게 나아진 것은 없는 것 같다. 한때 미술 역시 투기 붐에 힘입고 특히 미국과 다른나라 컬렉터들의 관심으로 80년대는 호황을 누리면서 피악 역시 큰 성공을 거둔 적이 있었지만 90년대 이후 스위스의 바젤 아트페어와 독일의 쾰른 아트페어에 뒤쳐지고 있다. 1990년 이후 차츰 침체되기 시작한 피악은 더 이상 도약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피악이 저조한 이유를 몇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먼저 세계 유수의 비엔날레 경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미술을 주도하지 못하고 뒤쫓아 간다는 것이다. 또한 너무 보수적인 전시조직위원회의 특성 때문에 다양한 경향의 쟝르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점은 이번 전시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현대미술의 중심흐름에 있는 설치와 비디오, 그리고 사진작품들이 다른 아트페어에 비해 아직 뒷전에 밀려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대미술 아트페어에 현대미술(즉 동시대의 미술)이 아닌 과거의 작품들이 혼재함으로써 현대미술 아트페어의 컨셉을 혼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피악은 20세기와 21세기의 미술이 혼재하는 가운데서 동시대의 미술흐름을 보다 명료하게 읽어 낼 수 없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바젤 이나 쾰른 아트페어가 관객들이나 컬렉터들에게 환영받고 성공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이러한 요인 이외도 프랑스 내부의 컬렉터들이나 관객들의 취향 또한 피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특히 거대 고객이였던 미국의 경제사정 악화와 9.11테러로 얼어붙은 프랑스 미술시장은 좀처럼 회생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도 약 7만명 이상의 관객이 다녀갔다고는 하지만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96년 이래로 필자는 5번에 걸쳐 피악을 다녀왔지만 그래도 올해는 작품 수준이나 깔끔한 진행이 훨씬 진척된 느낌이 든다. 또한 디지털사진과 같은 최첨단 매재의 등장도 눈여겨 볼만하다. 가격대 역시 캘린 프랭크의 <배설물>이라는 조소작품이 최저가인 20유로(약 3만원)부터 시작해서 만 레이의 1923년 사진 작품이 가장 고가인 9십만 유로 등으로 다양한 편이다. 하지만 여전히 특별한 이슈도, 특별한 정책도 없이 30주년 생일상을 차려 놓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 뿐이다. 더구나 올해 10월 17일부터 20일까지 영국 런던의 리젠트 공원에서 첫 시도되는 프리즈(FRIEZE)아트페어의 출현은 한층 피악을 긴장시킬 것이며 이로 인해 피악은 스스로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몰리게 될 것이다. 바젤 이나 쾰른 아트페어는 이미 따라 잡기 버거운 상대가 되어가고 있고,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마드리드의 아트페어인 아르코(ARCO)도 꾸준히 컬렉터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관객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와 편의 시설들로 인해서 올해도 약 10만명이 넘는 관객들이 다녀갔다고 하는데, 입지(立志)의 경지에 오른 30년의 성상을 맞이한 피악은 어디로 갈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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