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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세기 벽두에 재림한 작가

김상채

모딜리아니전 2002. 10. 23 - 2003. 3. 2 프랑스 파리 뤽상부르그미술관

백미터가 넘는 기나긴 줄을 한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열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전시회, 바로 20세기 최고의 초상화가로 추앙받는 작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1884-1920)의 전시회의 입구풍경이다. 프랑스 상원의 수준높은 전시지원 정책에 의해서 진행되는 상원 내에 위치한 뤽상부르그 미술관에 열리고 있는 전시회인 '모딜리아니, 근엄한 얼굴의 천사' 는 지난 10월 23일 개관하여 2003년 3월 2일까지 진행된다.



1981년 이후 20여년만에 열리는 이번 모딜리아니의 회고전에는 34점의 데생과 110점의 회화, 그리고 그가 남긴 25점의 조각품 중에서 단 한 점의 조각 작품이 출품되었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탓에 그의 명성에 비하면 다른 작가들보다 그리많지 않은 작품이지만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이 다수가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쉽게 볼 수 없는 개인소장작품이 출품되어서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세계를 새롭게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리보른(리보우르네)에서 1884년 유복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모딜리아니는 어려서부터 병약한 탓에 10세에 이르기까지 가정안에서만 지내며 할아버지에게서 철학과 예술을 배우며 자란다. 어린시절부터 이미 몸에 지닌 그의 병력은 결국 그의 길지 않은 인생여정에 종지부를 찍게 만든다. 르네상스예술의 전통을 자랑하는 피렌체와 베니스에서 미술공부를 하고 한때 베니스에서 작품활동을 하던 모딜리아니는 당시 이태리 신문에서 매일같이 논의되는 파리화단의 실험적 미술운동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서 파리로의 모험을 결심하고 1906년 새로운 세계를 찾아 파리로 입성하게 된다. 이때 만나게 되는 수많은 예술가들, 피카소, 드렝, 아폴리네르, 모리스 위틸릴로, 브랑쿠시, 반 동겐 등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세계미술의 중심지에서 예술적 열정을 불태워 나간다. 특히 이 시절 그는 로트렉의 작품속에서 자신이 나가야 할 회화의 방법론을 찾아내기도 하며 세잔느의 추모전을 보고서 화면의 구성방법에 대해서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게 된다. <<첼로 연주자.>>나 <<리부른의 거지>>같은 그의 초기 작품에서 세잔느의 화면구성과 색채에 대한 영향이 잘드러난다. 조각에 대한 관심으로 한때 브랑쿠시의 작업실에서 함께 작업하면서 시도한 조각작업은 결국 그의 병을 더 악화시키기도 해서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이 이후 그는 회화에 몰두하면서 본격적으로 인물에 대한 진지한탐색이 이루어진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인간존재에 대한 것이다. 인간의 얼굴은 자연 최고의 창조물이다. 나는 쉼 없이 그것을 사용할 것이다'라고 했듯이 인간의 얼굴은 바로 모딜리아니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순간까지 심열을 기울였던 주제이다. 전시장의 촘촘히 진열된 작품과 발걸음을 옮기기에는 너무나 많은 관람객들 틈속에서, 피카소와 키슬링, 수틴, 장꼭도 등의 예술가들과 작가주변의 인물들, 그리고 그의 연인등, 당대의 수많은 인물들을 통해서 모딜리아니가 추구했던 예술세계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그의 삶은 술과 마약, 그리고 질병속에서 하루도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그의 작품속에서는 이런 요소를 찾아 볼 수가 없다. 뛰어난 색감과 관능적인 이미지의 여인누드화들, 형태의 왜곡을 통해서도 정확히 표현해 내는 개개인 인물들의 특징, 바로 이러한 것들이 그를 20세기초 최고의 초상화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당시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가난과 소외, 그리고 불안한 생활환경 속에서 모딜니아니는 늘 죽음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결핵과 싸우다 비참한 최후를 맞는 20세기 초 불행한 예술가 중의 한 사람으로 생을 마감했지만 21세기 벽두에 가장 행복한 예술가로 다시 우리들 앞에 재림한 작가이기도 하다.
하루평균 3천명이상의 관객이 입장하며 개관이후 지금까지 약 30만명 이상이 다녀간 이 전시회는 20세기 최고의 스타로 개인 회고전에서 부동의 관객동원 1위를 지키고 있는 피카소의 인기를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수많은 관람객을 유혹하는 모딜리아니의 마력은 그의 작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서는 말로 형용하기가 그리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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