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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비밀의 화원(畵園), 자클린과 함께 한 피카소의 예술과 사랑

김상채

사적인 피카소-자클린 소장품전 2003. 11. 7 - 2004. 3. 28 파리 피나코테크

지난 10월 파리 10구에 새로운 형식의 전시공간이 개관되었다. 1830년에 건립된, 루이 14세풍의 인테리어 살롱을 갖춘 문화재 건물인 이곳에 '피나코테크 드 파리(Pinacotheque de Paris)'(그리스어의 어원을 가진 갤러리 또는 미술관이라는 개념으로 주로 독일이나 이태리에서 통용되는 용어이나 프랑스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던 용어)라는 전시공간이 새롭게 문을 열였다. 이 기관은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 없이 단지 민간주도의 기관으로 항시적인 국제 전시기구를 위해서 설립된 곳이다. 파리 피나코테크의 설립자이며 관장인 마크 레스테리니(Marc Restellini)는 미술사학자이자 전시 켜미셔너로 모딜니아니전을 비롯하여 수많은 전시를 기획했으며 2003년 6월까지 뤽상부르 미술관의 현대미술 전시기획 책임자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공공기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나 지자체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 않고 단지 전시회 입장료와 카달로그, 그리고 문화상품 판매로 얻어지는 수입으로 이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차기 전시기금 역시 마련해 나갈 생각이라고 한다. 전시회에 대한 국가나 지자체의 재정적인 지원은 결국 전시에 대한 간섭과 통제로 인해 보다 창의적인 기획이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결국 그는 재정지원을 포기하는 대신에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짐을 짊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는 무한한 능력발휘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렇게 해서 설립된 파리 피나코테그가 첫 개관전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사적인 피카소-자클린 피카소의 소장품 -전' 이다.



피카소는 생전에 이미 부와 명성을 동시에 거머쥐었던 20세기 대표적인 작가였지만 사후에도 그의 명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21세기에도 세계 곳곳에서 매년 피카소 전시회가 열릴 만큼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그의 두번째 부인이자 생의 마지막 여자였던 자클린과 함께 프랑스 관객들을 찾아왔다. 이번 전시는 피카소 추모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마련된 것으로 프랑스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이 대부분으로 피카소가 자클린에게 유산으로 물려주었던 작품들이다.

이 전시 제목의 '사적인'이라는 개념은 피카소 자신에게 주어진 은밀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의미한다. 자클린과 단 둘이 지내면서 보낸 시간, 한 예술가와 자신의 마지막 요정사이에서의 은밀함, 그들 둘만의 장소인 아틀리에의 사적인 이미지, 바로 그들 사이에 내재하는 예술과 사랑, 그리고 결과물에 대한 개념으로 붙여진 것이다.

20세기 초 입체파운동의 대표주자로서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혁신적인 예술가였지만 한편에서는 뛰어난 수완가로서, 정치적인 인물로서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늘 그의 예술과 더불어 회자되는 것이 바로 피카소와 여인들이다. 그는 평생동안 두번의 결혼과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만났던 첫 여자 페르낭드 올리비에부터 시작하여, 에바, 첫번째 부인인 발레리나 올가, 마리 테레즈, 그리고 아름다운 모델 자클린에게 자신의 사랑을 빼앗겨버린 프랑스와즈 질로 등 수많은 여자들과 사랑을 나누었던 뜨거운 열정의 소유자였다. 1953년 어느 날, 70살이 넘은 이 노화가는 다시 가슴속에서 솟구치는 연정을 참지 못하고 마지막 사랑에 빠지고 만다. 바로 자클린 로크, 이제 막 이혼을 하고 딸 하나를 데리고 남불의 앙티브에 내려와 있던 29살의 여인, 피카소의 모델로, 깊은 눈매와 오똑한 코, 날씬한 몸매, 이지적인 분위기 등 지중해 여인의 아름다움을 모두 갖춘 자클린은 피카소의 모델로 활동을 하면서 그와 만나게 된다. 그녀를 그린 첫 작품이 <마담 Z>, 이후 그녀는 피카소 옆을 지키면서 위대한 예술가의 정신적 동반자로서, 영감의 원천지로서 그리고 그의 마지막 여인으로 늘 그와 함께 한다.



입체파 초기 작품인 <자화상.1906년>과 <여인의 두상.1907년>등 초기 파리시기의 작품 4점과 분석적 입체주의 시기의 자화상 등, 4점, 그리고 20년대와 30년대 작품 17여점과 더불어 나머지는 이 전시의 주제와 연관성 있는 작품들이다. <자클린의 옆모습.1955년>, <앉아있는 자클린.1954년>,<개와 있는 자클린. 1961>등 마지막 동반자인 자클린의 이미지와 초상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자클린과의 만남 이후 피카소는 더 이상 새로운 모델을 세우지 않았다. 이후 시기 피카소 작품속의 슬픔은 자클린의 슬픔이며 모든 캔버스에는 그녀의 이미지가 들어 있으며, 그녀는 피카소 작품 도처에서 찬란한 색채를 가지고 있다.<다리를 구부린 자클린>, <장미가 있는 자클린>, <터키 전통 복장을 한 자클린>등 자클린을 모델로 한 작품들이 약 20여점이 넘는다. 50년대와 60년대는 피카소와 자클린이 앙티브와 발로리스, 엑상 프로방스 등 주로 남불에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하던 시기로, 니스에서 활동했던 마티스와의 경쟁관계속에서도 한편에서는 마티스작품속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장식적이고 격정적인 채색을 화면 가득히 채워 넣는다. 분방하고 활기찬 필치와 색채의 향연은 자클린과의 열정적인 사랑의 징표는 아니였을까?

1982년 그랑빨레에서 개최되었던 전시회와 1991년 바르셀로나에서 <파블로에서 자클린까지>라는 전시회에서 나왔던 몇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프랑스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작품들이다. 이와 더불어 20세기 위대한 예술가의 사적인 세계를 보다 잘 보여주기 위해서 자클린이 소장하고 있던 100여점의 가족 사진도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여지고 있다. 사적인 이미지들, 내면을 들어다 보는 삶과 작품들, 그 작품속에 존재하는 둘만의 사랑, 예술가이자 동반자인 한 남자, 보호자이자 사랑의 요정인 한 여자, 서로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사랑으로 가득찬 그 시절, 이제 피카소도 자클린도 세월속으로 흘러갔지만 그들의 위대한 사랑과 예술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살아있다. 민간주도의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호평을 받고 있으며 연일 수많은 관객들이 줄을 잇고 있어서 이미 수익성에서도 성공이 예견되어진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내년 4월부터 일본에서 전시될 예정으로 있으며 차후 다른국가에서 순회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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