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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어서는 거대한 대륙, 세계화를 향한 중국의 현대미술

김상채





작년 파리에서 열린 <파리-베이징>전에 이어 올해도 중국관련 전시가 뽕피두 센터에서 지난 6월 25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리고 있다. 라는 타이틀은 롤랑 바르트가 1974년 <르 몽드>지에 썼던, 당시 중국은 문화혁명의 와중에서 예술을 포함하여 사회전반이 외부세계와 단절된 상태의 중국에 관한, 기고문의 제목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미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1966년에서 1976년까지 진행되었던 중국의 문화혁명이 현대예술에 어떠한 상관관계를 보이는가에 일정부분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문화혁명과 현대예술의 관련성을 의도적으로 찾아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 시대의 이데올로기가 젊은 세대들에게 어떻게 투영되는가를 보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의 작자들은 문화혁명기를 전후해서 태어난 386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80년대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90년대 초반 개방화와 현대화라는 커다란 변혁을 거치면서 작업을 한 작가들이다.

그 동안 프랑스에서는 중국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끊임없이 지속되었지만 현대미술에 대한 총체적인 조명은 처음시도 되는 것이다. 근간에 눈에 띄게 활발하게 진행되는 파리 갤러리들에서 중국작가들의 전시회와 성공적으로 4회를 마치고 2004년 5회를 맞는 상하이 비엔날레,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시작되는 베이징 비엔날레 등을 통해서 중국의 현대미술은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전시는 이에 때맞춰 프랑스문화부가 2004년을 중국 문화예술의 해로 지정하면서 시도하는 중국현대예술을 소개하기 위한 데뷔 무대인 셈이다. 제목부터 특별한 이번 전시회에는 조형예술뿐만이 아니라, 건축, 영화, 음악,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한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기존의 섹션구분도 없고, 1500m2 의 탁트인 공간에 칸막이마저 없이 회화, 사진, 비디오, 설치, 공예, 건축, 영화, 음악 등을 한 공간에 배치하여 관람자의 자유로운 동선에 따라서 골라 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현대미술이지만 선사시대의 옥으로 만든 작품 선사시대의 작품과 한나라 시대의 동경, 그리고 명나라 쭈 윤밍(祝允明:1460-1526) 서예를 한 공간에 배치하여 중국예술의 쟝르와 시공을 넘나들도록 하였다. 총 56여명이 출품한 작품들 중에는 다수의 사진작품들과 비디오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비디오와 사진 작가들의 작품에 90년 말 이래로 급속도로 발전해 가는 중국의 경제상황뿐만이 아니라 사회현상을 엿볼 수 있다.



산업화의 시기가 다른나라에 비해 늦었지만 산업화에 따른 물질적 욕망과 체제의 개방에서 느끼는 혼란과 불안, 도시화와 탈농촌화로 인해 야기되는 실업과 폭력 등 새롭게 부각되는 문제에 앵글을 맞추고 있으나 포커스는 제자리에 있지 않다. 그만큼 중국의 현대미술은 자기 숙성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닫힌 사회에서 갑작스런 개방화에 발맞추기 위해서 급성장 한 면이 적지 않다. 이 밖에 유화와 서예, 그리고 중국의 발전상과 더불어 전통과 현대의 조화 속에서 급성장하는 거대도시들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건축과, 3점의 설치작품, 전통의 현대화가 아닌 여전히 굳건한 전통을 바탕으로 한 문인화와 산수화 3점, 그리고 쟝르를 벗어난 영화와 8인의 음악가들이 작곡한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시도한 음악 등으로 종합예술 전시장을 만들어 냈다.

이와 함께 1963년부터 중국에 머물면서 중국문화를 사진으로 담아냈던 프랑스와 도트렘므(Francois Dautresme)의 문화혁명기 컬렉션들이 한자리에 모아졌다. 문혁기에 오직 국가의 혁명완수에 바쳐졌던 예술가들의 통제된 상상력과 우상화에 따른 획일화된 창작품들이 현재 21세기를 살고 있는 예술가들의 기억속에 어떻게 비치는지, 그리고 그들의 뇌리속에 유년의 기억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검증해 보고자 하는 노력들이 보인다. 몇몇의 사진작품 속에서 문화혁명기의 영향에 대해서 스스로 자문을 하면서 작업을 하고 문혁이 일어났던 장소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작업을 하기도 한다. 팝에서 민중미술까지의 모든 양식과 인간에서 동물까지의 모든 주제, 사진,비디오, 영화, 유화의 모든 미디어, 건축에서 음악까지의 모든 쟝르를 아우르고 거대한 대륙의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 모든 지역을 망라한 다중복합적 전시인 것 같다. 그러나 아쉬움은 여전히 있다.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우친 느낌이, 심도보다는 분위기와 유행에 편승해 버린 어쩔 수 없는 상업적 전략이 눈에 더 띄는 전시인 듯하다. 하지만 아직 분명한 미학적 함의를 담아 내지 못한 채 형식에 휘둘리는 경향이 보이긴 하지만 서양방식에서 벗어난 한 공간 안의 파노라마식의 전시기법이 돋보이는 전시회인 것 같다. 또한 기획자가 이끄는 대로의 관람 동선이 아닌 관람객의 자유로운 선택 동선과 어느 작품 앞에서나 편하게 앉아서 감상할 수 있는 이동식 앉은뱅이 의자는 사소하지만 관객의 눈높이로 접근하고자 하는 기획력 또한 높이 살만하다. 이 때문인지 바캉스 기간을 끼고 진행된 전시임에도 하루 1천여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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