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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프랑스의 현대미술 지원정책의 결실, 프락(FRAC:현대미술 지역 소장품 협회)의 20년

김상채

문화강국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규모 현대미술 전시회가 프랑스 전역에서 동시에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대대적인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전시회 홍보나 광고가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최초로 시도되는 프랑스 전국의 동시다발 전시회인 이번 여름의 전시회는 현대미술에 대한 프랑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실험적인 기획이자 선진적인 예술정책을 보여주는 것이다. 프락(FRAC:현대미술 지역 소장품 협회)창립 20주년 기념하기 위한 이번 전시회는 '공공의 보물들'이라는 타이틀로 낭트와 스트라스부르그, 그리고 아비뇽과 아를르에서 15개의 대규모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며 그 밖의 각 단위지역에서 '프랑스의 우회'라는 제목으로 43개의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다.

1983년 미테랑 정부시절 문화부 장관이였던 자크 랑그(Jack Lang)는 현대미술의 활성화와 지방의 현대미술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기구인 프락(FRAC)이라고 하는 현대미술 구입에 관한 획기적인 정책이 추진하였다. 이 정책이 정착되기 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들이 필요했지만 미술 애호가들이나 일반인들로부터 멀어져 있던 현대미술을 그들 곁으로 되돌리려는 국가적 배려로 인해 2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비로서 제 몫을 해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프락은 프랑스 현대미술의 커다란 버팀목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1986까지만 해도 각 지역의 반 정도가 참여했지만 이제 24개 지역 단위에서 프락이 지향하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전국을 알자스, 브르고뉴, 브르따뉴, 등 24개 단위로 나누어서, 각 지역의 프락들이 현대미술을 구입하고 이렇게 구입된 작품들은 그 지역에서 전시회를 열어 주민들에게 현대미술 감상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작품구입과 지역에 현대미술의 보급, 그리고 지역민들에게 미술교육 활동의 지원이라는 목표아래 창립된 프락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수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3000여 작가로부터 15000여점의 작품을 구입했으며 각 지역단위에서 매년 수많은 전시회들이 진행되어왔으며 이미 각 지역단위 학교들과 연계하여 미술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또한 각 지역의 공공시설이나 학교시설에 40여개의 상설 전시장을 마련하여 수시로 전시회를 개최하고 각 지역 주민들에게 현대미술을 보급하고 있다.







프락, 프랑스 도처에 있지만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은 단체, 이 역설적이고 이상한 기구는 철저하게 정치성이 배제되고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완벽한 자유를 획득했다. 이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점들 때문에 매년 프락의 운영방식에 대한 전문가들의 토론회가 이어지고 있지만 공통적인 의견은 작품구입 자금 지원을 하는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간섭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구를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프락의 책임자들은 활동의 유연함이 유지되길 바라고 미술시장논리에 종속되고 공공재정의 논리에 억매이는 것을 경계한다. 프랑스는 현대미술 컬렉터들 보다 고전작품 컬렉터들이 다수를 이룬다. 자료에 의하면 현대미술 컬렉터들의 수보다 갤러리의 수가 많은 나라가 프랑스이다. 그런데도 어떻게 공공의 작품구입없이 현대미술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현대미술 시장의 침체는 곧바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업의욕을 상실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이는 곧 프랑스 현대미술의 고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바로 프랑스는 이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갤러리들로부터 작품구입을 통해서 현대미술 시장의 부흥을 꿈꾸고, 작가들에게는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면서 지역민들에게 현대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작가들과 함께 미술교육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시킴으로서 현대미술의 저변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각 지역에 문화적 혜택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프락은 프랑스 문화정책의 필수기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구가 해결해야 할 몇몇가지 어려운 문제점들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불충분한 작품 구입에 불만을 품는 예술가와 갤러리들 사이에서, 그리고 작품 선택에 있어서 자신이 간섭하고 싶어하는 지역 정치인들과 예산상의 관리를 간섭하고 싶어하는 정부측과의 이해상충 되는 것들을 슬기롭게 헤쳐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긴장의 어려움이 있었던 프락의 20년이였지만 수많은 전시회와 활동으로 프락의 정당성이 인정되었다. 국가관할의 박물관이나 미술관과는 다른 기구로서 작품구입과 전시회에는 관여하지만 소장품을 관리하는 건물이나 장소를 확보하지 못해서 지난 몇 년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마르세이유의 프락의 경우 몇 년간을 비행기 격납고에 작품을 보관하는가 하면 코르시카의 경우 2001년 11월에 작품 보관소가 불이 나는 바람에 작품이 소실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새롭게 수장고 확보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구입이 아닌 새롭운 예산의 확보는 결국 정부나 지자체의 간섭과 통제로 인해 제도화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앞으로 프락의 전문화도 이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현재 문화부 장관인 장 자크 엘랴공은 '프락이 당면한 과제중에 하나가 전문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다. 가령 프락 피카르디가 뎃셍이라든가, 오베르뉴는 회화가, 상트르에서는 건축작품을 구입대상으로 전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갈 생각이다'라고 한다 . 그동안 모든 지역 프락에서 회화와 조각 작품에 치중한 탓에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리지 못했던 것이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미완의 과제를 안고 있지만 프랑스가 구현하고자 하는 현대미술 지원정책은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 구입이 아니라 세계적인 우수한 현대작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듯이 거시적인 차원에서 실행되고 있는 획기적인 문화예술 프로젝트 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이름부터 생소한 '현대미술 지역 소장품 협회' 덕택에 프랑스는 어느 지방에 살든지 간에 국제적 수준의 중요한 현대미술을 감상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 중의 하나이다. 바로 이것이 프랑스의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과연 우리문화예술계에도 이런 행운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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