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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럼으로 새 문화 비전 구축을

탁계석

도시의 올바른 정책 구현을 위해서 공공 기관만이 정책을 주도하던 시대는 지났다. 과거 우리는 ‘민관합동’이란 말을 자주 썼지만 그것은 늘 형식에 그치고 말았다. 민은 관의 들러리나 방패막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관제 행사라면 사람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었고 그 주변엔 ‘떡고물’을 기대하는 소위 관변인사들만 득실거렸다.

<이번엔 이런 것들이 바뀔 수 있을까. 그 신호탄은 서울을 문화도시로 만들려는 야심차면서도 장기적인 구상의 실현에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재임 시 발화한 이 프로젝트는 이제 민간자율 법인체 ‘서울문화포럼’ 발족(13일)으로 첫 걸음을 내디디게 된 것이다. 이어 22일에는 또 하나의 민간자율 단체 ‘문화미래연대’가 발족되어 ‘이제는 문화다’라는 사회적 인식의 지평을 넓혀 갈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공공 행정의 일방적인 문화 공급이 아니라 예술가들과 문화정책 전문가들이 힘을 합해 효율적이고도 창의적인 문화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란 점에서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그간 ‘시민단체’란 이름의 NGO 기능이 우리사회에 여론 주도층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왔지만 근자에 일부에서는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대로의 ‘시민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지 않은 우리 입장에서 시민단체는 열악한 재정 환경에서 고군분투해 왔고 그런 중에서 일부 단체들은 기회주의적이고 권력층의 진입을 위한 발판 기능을 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사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도 새로운 깃발을 올리고 개혁적인 새 운동으로 거듭나 하나로 힘을 응집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 8일에는 시민운동의 대부라 할 수 있는 김진홍 목사의 ‘위기 시대의 시민단체 역할’이란 강연과. 9일 장충체육관에서 ‘뉴라이트 전국연합’ 창립 1주년 기념식이 있어 극심한 혼돈을 야기하고 있는 국정에 국민들의 단합된 목소리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아무튼 건강한 나라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면 오늘의 불안과 신뢰의 회복을 위해 모두 나서야 한다는 요지다.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지키려는 노력은 이제 정치가의 몫으로만 돌려서는 안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문화는 오피니언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사회 지도층이 어떤 문화 형태를 갖느냐에 따라 일반은 모방되고 학습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한 예로 나이프가 처음 나왔을 때 이는 왕들이나 귀족의 전유물이었다. 이 편리하고 멋진 기구가 나오기 전엔 그냥 칼로 고기를 찍어 먹든가 손으로 뜯어 먹었다. 나이프가 나오자 일반 시민들에겐 금기된 나이프에 대한 욕구가 강렬하게 일어났다. 그 여론이 비등해지자 귀족들은 나이프 하나만 사용할 수 있다는 법안을 통과시켜 주었다. 도자기로 된 접시도 마찬가지였다. 값도 비쌌을 뿐만 아니라 서민들은 그림의 떡이었다. 본차이나라는 중국산 그릇이 대중화되면서 오늘의 식탁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불행히도 산업화 과정에서의 우리 상층부 문화는 세련된 고급문화라기보다 지하 향락문화에 얼룩져 왔다. 지금도 음주. 도박. 마약. 왜곡된 성문화를 즐기는 지도층 인사가 적지 않은 것도 문제로 남아 있다. 즐기면서도 뒤끝이 없는 문화. 즐길수록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삶으로 갈 수 있는 문화가 좋은 문화다.

이제 바야흐로 우리나라의 문화도 중앙집권에서 벗어나 자기 고장의 문화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단체는 많지만 서로 불필요한 감정 대립으로 각을 세우기보다 서로 윈윈의 네트워크 전략을 가지고 차별화된 정책개발을 해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문화의 블루오션 전략은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호흡하고 변신하려는 자기 혁신의 의지가 만들어내는 산물이 아닐까 한다.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내 발등의 불로 느끼는 순발력이 문화를 살리는 불길임을 인식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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