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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청소년 폭력 해법은 있다

탁계석

근본 처방 않고 뿌리 뽑는다는 발상부터 뿌리 뽑아야

청소년이 병들면 나라에 희망이 없다. 청소년 폭력 서클 ‘일진회’ 문제로 떠들썩했다. 경찰은 이번에야 말로 불법, 탈법의 온상이 되는 폭력조직을 뿌리 체 뽑을 것이라 큰소리다. 그리되면 얼마나 좋을까. 움직이지 않고 가만있는 잔디밭 잡초를 뽑는데도 얼마만큼의 정성과 공력이 드는지 잔디를 관리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경찰이나 매스컴이 일과성으로 태풍 지나가듯 해서 해결될 일인가. 청소년 폭력은 마땅히 근절되어야 할 사회악이다. 그러나 청소년 문제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원인 처방을 하고 실행에 옮기려면 현재의 방식으론 곤란하다. 몇 해 전인가 나는 청소년 폭력예방재단의 이종기 이사장을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인상에 남는 것이 이 같은‘반짝 관심’이 이내 초점에서 사라지고 말아 청소년 폭력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만든게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다. 물론 지금도 청소년 폭력문제를 연구하고 예방을 위해 헌신하는 많은 분들이 있을 줄 안다. 그러나 사회단체 몇 군데서 해결할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향화, 조직화, 횡포화 되어 가는 서클 폭력에 맞서 경찰의 발본색원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예방에 더 초점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청소년의 심성을 순화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 어디에 있을까. 다름 아닌 미적 감수성을 개발하는 일이다. 거칠고 조악한 것들을 보면 구토가 날 정도로 세련된 미 인식을 심어주면 된다.

‘품격의 세례’는 방어와 자정 능력을 가진다. 습하고 어둠침침한 것을 생리적으로 거부하게 하는 힘은 악을 물리치는 백혈구가 된다. 거의 모든 범죄가 어둡고 칙칙한 죄의식을 감추기 좋은 곳에서 발효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미국 시카고의 건달들이 업소를 들락거리며 영업을 방해하자 주인이 하루 종일 바흐 음악을 틀어놓았더니 자취도 없이 사라지더라는 것이다. 클래식은 분명 ‘살충제 효과’가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청소년의 체험을 강화 시키는 일이다. 직선적인 감정을 순화하고 울분을 삭힐 수 있는 굴곡의 산책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인터넷 등 가상공간에서의 폭력성이 중독이 되어 현실에서 이를 재현한다면 그 피해는 원상 복구가 힘들고 사회는 몇 곱절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미술 음악 시간 부활하고 동아리 활동 의무화해야

몇 해 전부터 중, 고등학교 미술, 음악 시간이 절반으로 잘려나갔다. 교사들은 단기 연수를 통해 타 과목 교사로 전과 했다. 청소년 정서가 엉망이 되어도 우선 학부모들의 입시 경쟁 욕을 채워줘야 하는 현실에 밀린 것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 시기를 암기만하고 보내고 창의력이 살길이라며 국가경쟁력 운운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미 제도권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거칠어진 학생들에게 기세가 눌린 교사들은 스승이 아니라 처량한 봉급자, 지식 공급자 이상의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풍토로 학교가 변했다. 이제 발상을 좀 바꿔보자. 국민애창곡 ‘얼굴’의 작곡가 신귀복 선생이 일선 고등학교 교장으로 제직할 때 음악조회를 시도했다. 학교에 노래방도 설치해 학생이 마음껏 노래로 스트레스를 풀도록 하면서 여러 그룹의 브라스 밴드를 활동하게 했더니 학내 문제가 사라지고 친구들 사이도 원만해지더라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종종 매스컴을 타기도 하는데 1인 1악기 배우기 운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 문제의 어른이 있을 뿐 문제 학생은 없다는 말은 언제나 옳은 것 같다. 학생을 공비 토벌하듯 전투자세로 접근하는 자세가 바람직 한 일일까.




그림을 그리게 하면 학생들은 어느새 엉어리 졌던 분노의 감정이 눈녹듯 풀어진다. 화음으로 노래하면서 친구를 괴롭히는 마음이 생길까. 팀웍으로 등반 하며 고통과 호연지기를 키우는 학습을 할 수는 없을까. 그래도 옛날엔 우정과 낭만이 있었는데 정말 친구가 사리지고 있다. 기회는 있다. 주 5일제 수업을 살리자. 학생이 살아야 교사도 산다. 자포자기의 좌절을 벗어 던지고 새로운 청소년 문화를 가꾸어 가야 한다.
수 만개의 문화 동아리 그룹을 만들자. 1인 1클럽 의무화가 가능하도록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자. 이런 사회성이나 문화지수가 높은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을 우대하자. 대학이나 입사시험에 알파로 작용하게 한다면 분위기는 이내 달라질 것이다. 학교 예능 시간을 줄이지 않을 수 없었다면 이런 대책이 현실에 적용되도록 책임을 졌어야만 했다. 양평 서종마을의 민정기 화가, 예술의전당 이철순 기획자가 이끄는 ‘우리 동네 음악회’는 가끔 화가들과 아이들의 그림을 동시에 전시 발표하기도 한다. 일 포스티노의 영화에서처럼 한 우체부를 시인으로 만든 감화를 우리 예술가들은 할 수 없을까. 정부 부처 가운데 문화관광부에 최고의 엘리트들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요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문제 청소년이 있는 게 아니라 문제 사회와 문제 어른이 있을 뿐이다. 뽑아야 할 것은 네 눈의 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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