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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아름다운 기부 문화의 솔선수범

탁계석

공공기금과 기부문화의 두 수레바퀴

서울문화재단의 유인촌 대표가 광고 모델료 전액을 자신이 몸담고 있는 문화재단에 기탁했다. 남에게 기부를 권하기 전에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인 것이다. 공공 기금의 한계를 생각하면 부 창출에 성공한 사람들이 문화기금을 내놓는 일에 적극 동참한다면 그만큼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기금 정책은 공공기금 못지않게 개인의 기부 문화에 더 힘이 실려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하나의 바람직한 방향성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직도 재산을 대물림하는 오랜 관습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기부 문화의 척박한 토양을 바꿔 보려는 노력은 더욱 심도 있게 펼쳐져야 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예술계 내부에서부터 기부 문화 정착에 대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얼마 전엔 원로 피아니스트 한인하 경희대 명예교수가 재산을 내놓기도 했고 피아니스트 서혜경도 기금 마련에 참여했다는 보도를 보았다. 예술가가 자신의 이름을 딴 문화재단을 만들거나 미술관을 만들고 비슷한 형식을 빌어 문화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많아질수록 일반의 기부문화 인식 재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수 십 년 독식하는 자리 탐욕 역기능 생각해야

그러나 세상 한편에선 수십 년 ‘자리’를 하고서도 직성이 풀리지 않는지 후배들에게 가야 할 자리마저 다시 챙기는 딱한 일도 없지 않다. 세월이 흘러도 그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철부지’ 미성숙도 알고 보면 자기 정리에 인색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사람의 욕망이란 끝이 없어서 내적으로 허기가 느껴지거나 욕심을 제어하는 능력을 잃으면 결국 그 스스로가 인생을 정리하지 못하고 포로가 되거나 집착증에 걸려 생을 마감하고 만다.
아무튼 이 같은 세태에 유대표의 쾌척은 직분상의 충실을 넘어선 선행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 주변에는 못 배운 한을 풀려는 김밥할머니의 장학 기금은 있어도 상대적으로 문화기금은 인색하다. 그만큼 문화인식이 낮음을 뜻한다. 때문에 계속해서 문화 기부금에 대한 모델 제시가 필요하다.
언젠가 필자는 이 난을 통해 공공문화 재단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 전망한 적이 있다. 이곳저곳에서 극장을 지으면서 재단 설립이 정형화 되어 가는 느낌이다. 재단이야 많이 생기면 생길수록 좋은 것이지만 남이 하니까 무조건 따라서 하는 무늬만의 재단은 부실화가 우려된다.





기부 지원 방식 넓히고 기금 지원 다양화해야

아울러 기부문화의 형식도 넓혀 가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아티스트 후원회를 만들고 이를 잘 운영하는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것도
일회적 지원 못지않게 효과를 볼 것이다. 연극인 박정자의 꽃 봉지회 처럼 장기적인 관객 확보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금 지원을 공연 무대의 직접 투자 방식에만 획일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운영, 관리, 평가와 홍보, 기록하는 매체나 잡지에도 선별 지원해 균형적 발전을 생각해야 한다.
작품 지원 못지않게 저널리즘이 제대로 서지 않으면 지원의 방향성을 잃기 쉽고 혼돈을 막을 수 없다. 수 십 년째 인상되지 않는 원고료의 원천적 한계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우후죽순 생겨나 시장을 황폐화하는 한국적 현상의 원인이 무엇이고 그 방지책 과연이 무엇일까. 고도의 정신작업이 고작‘거마비’란 이름의 평가, 자문비의 실상을 분석해 더 이상 전문가의 작업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정신작업이 관념에서 벗어나 정밀하게 가치를 계량화하고 현금화하는 등의 현실적 조치가 있어야 고루 발전할 수 있다. 지금처럼 자장면 값은 올라도 원고료는 오르지 않는다는 불만이 계속되거나 꼭 필요한 예술계 전문잡지들이 아사상태에 빠진다면 기금 투자의 균형이나 효율성을 기대키 어렵다. 아울러 기금 사용에 대한 부정적 논란이 일어난다면 그만큼 기부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꼭 현금이 아니어도 남는 공간을 사무실이나 화실로 제공하거나 음악가의 연습실로 지원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비평이 서야 문화가 산다

최근 메구미(Megumi)란 한 일본의 제일교포 기업인이 수소문 끝에 필자를 찾아와 한국 평론가들의 활동을 검색하다 지원을 생각하게 되었다며 새롭게 지은 근사한 오피스 룸을 제공해 주었다. 아티스트들이 차를 마시며 창작 논의를 할 수 있는 ‘까메라타(Camerta) 공간으로 쓰라며 흔쾌히 키를 준 것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先代부터 3대째 굴지의 기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 분은 문화에 관심이 깊어 그간 다양한 지원을 해온 기업인이 무엇보다 ‘비평이 바로서야 문화가 산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분이었다. 그러면서 비평을 살려야 하는 신문, 방송에서 오히려 비평을 무시하고 이에 군림하는 듯한 이곳의 풍토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처럼 물질적 지원도 지원이지만 예술가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풍토 조성이야말로 최대의 지원이 아닐까 한다.
로또 기금으로 하는 순회공연을 보았는데 일부 지역 문화회관 에서 공연 담당자는 뒷짐을 지고 있었다. 관객 동원을 하지 않아 출연자 보다 적은 관객을 두고 수 천 만원의 기금이 쓰여 지는 것을 보며 가슴이 쓰라렸다. 돈 모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쓰는 것은 더더욱 중요하다. 공공 기금이 눈먼 돈이 되지 않고 감동 넘치게 쓰일 때 기부문화도 활성화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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