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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문화계 큰 바위 얼굴을 만들자

탁계석

새 술은 새 부대에

17대 총선으로 한국 사회의 지형이 바뀌게 되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대 변혁에 새로운 대응과 비전이 필요한 때다. 정치권의 대대적인 물갈이와 세대교체가 변화의 핵심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계 역시 한 세대를 지배했던 기득권 세력의 퇴조가 뚜렷해 보인다. 이들의 공적도 컸지만 장기집권으로 인해 각종 부정적인 관행과 인사정체를 빚어온 것도 사실이다. 30-40년 자리를 돌려가며 누려온 수구적 문화 권력 행태가 야기하는 문제가 어찌 한둘이겠는가. 이런 풍토에서 인물난은 예고된 것이었다. 사람을 키우지 않아 문화계의 얼굴이 될 수 있는 인물이 부족해 심각한 수준이다. 문화에 대한 안목을 가지고 문화를 깊이 생각하는 카리스마가 부재한 것이 우리가 극복해 가야할 큰 과제의 하나가 되었다.
특히 예술단체들이 가입된 협회나 각종 단체들이 회원들로부터 냉대 받거나 질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개혁의 대상이다. 우리의 위기는 어떤 자리나 행위가 지극히 개인화하거나 몇몇 사람들의 닫힌 패거리주의란 점이다. 예술교육 기관 또한 자폐증 환자처럼 낭비성이 짙은 보고서 작성 용 예술이 사회의 주류 예술인양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많은 지원을 해도 관점이 정확하지 않으면 결실을 얻을 수 없다. 과거처럼 지나치게 관념적인 장기 목표를 형식화하기보다 현실의 변화를 유도해가며 실천성 있는 프로그램부터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한다.




새로운 문화정책의 변신에 기대

이런 점에서 최근 문화관광부의 정책들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전시성이나 과시적이기 보다 작은 변화를 통해 큰 변화로 만들어가려는 치밀성이 엿보인다. 교도소 환경을 문화적으로 바꾸겠다는 발상은 매우 공감이 가는 프로젝트다. 필자 역시 1983년인가 한 레코드회사의 잡지에 교도소에서 의무적으로 클래식을 듣게 한다면 교정 효과가 클 것이란 내용의 기고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전국의 교도소에 클래식 CD를 보급하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영화 ‘쇼 생크 탈출’에서처럼 이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은 자유의 의미와 행복에 눈을 뜨게 할 것이 아닌가. 사회 환경의 악화와 사랑의 결핍, 제도의 모순에서 파생된 한 순간의 실수가 다시 새 생명으로 태어나려면 교도소야 말로 가장 정화되고 아름다운 감동의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이를 죄악시해왔다. 철저한 사회적 이기주의가 내가 아닌 그 어떤 제 3의 공간에 말없는 폭행을 저질러 온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예술의 놀라운 힘과 기능을 재해석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저 예산으로 문화의 확대를 도모할 수 있는 정책 아이디어들이 얼마든 있을 수 있다. 단지 이를 집행하는 관의 자세가 근본부터 바뀌어야 하고 탁상행정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최근 이런 의식의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문화정책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 역시 혁신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누구나 정책에 참여할 수 있으며 그 과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관에 대한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도 씻을 수 있는 길이다.
<원고료 현실화 정책 확대되어야

또 작가의 원고료 현실화 같은 정책도 만성적인 고질병이 진료 대상에 올랐다는 희망을 보인다. 이른바 아주머니 시인들이 범람해 시장을 혼탁하게 하는 것도 작가에 대한 최소한의 인정을 유보해 왔기 때문이다. 원고료 이야기할 때 늘 자장면 값을 올라도 원고료는 오르지 않았다는 슬픈 이야기가 더 이상 흘러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이 기회에 각종 심의, 자문위원비에 대해서도 ‘거마비’란 60년대식 ‘예우’를 걷어 주기 바란다. 관이 입맛대로 ,편의주의로 들러리 화해서는 기관의 존립이 어려운 때가 왔다. 심도 있는 평가의 실명 화와 프리랜서 직업군들이 살아나 정책을 보완해가며 서로 균형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이 먼저 문을 열고 자세를 더 바꾸어야 한다.
인사정책도 공개를 가장한 형식주의를 배격하고 인물 추천제 등을 통해 검증하고 정책 토론을 하거나 삼고초려(三顧草廬)는 아니어도 일고초려(一顧草廬) 라도 할 수 있는 탄력성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문화 인력 뱅크에 필요한 경우 이내 검색될 수 있도록 하고 활동에 따라 상시 평가를 해야 한다. 아무튼 문화계 리더쉽을 발휘할 인물을 만들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뛰어야 한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나 국제경쟁력을 생각하면 보다 큰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은 우리 각자가 자신을 비우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뇌우가 치고 난 뒤 맑은 하늘을 보듯 신록의 5월에 우리가 힘을 합해 다시 살아갈 터전을 가꾸어 가야하지 않겠는가. 역사적인 대청소로 내 얼굴에 검둥이 묻지 않았는지도 살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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