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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아티스트 메세나 운동의 전개

탁계석

오늘의 화가 이름조차 몰라요

최근 월간 미술세계과 리서치업체 폴에버가 공동 리서치 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우리 문화 현주소가 어디에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일반인 10명 중 8명은 국내 미술인 들의 이름을 단 한 명도 모른다는 것이다. 나머지 20%가운데서도 고작 한 명 미만을 아는 것이 전체의 70%를 넘는 다고 한다. 4천 9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번 ‘국내 미술 인에 대한 일반인지도 현황에 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화가는 이중섭이었다. 이중섭(24.9%), 조선시대 김홍도(11.5%)가 뒤를 이었고 이어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3위(10.6%)에, 김기창이 4위(9.5%)에 올랐다.

한편 가수 조영남이 7위(2.5%), 작가이면서 ‘그림 읽어주는 여자’의 저자이자 방송인으로도 널리 알려진 한젬마가 13위(1.3%)를 각각 차지했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화제가 된 영화 배우 심은하가 16위에 올라 언론 노출도가 그대로 국민들의 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술과 사회의 관계 재조명해야

이것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우리 문화의 성적표요 현주소다. 우리는 싫던 좋던 이러한 조사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작가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이토록 낮아서야 문화국가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화가의 작품성 못지 않게 예술과 사회의 관계가 재조명되어야 한다. 그림이 팔리는 것은 다름 순서이다. 즉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엄청난 간격을 어떻게 매울 것인가가 과제다.

무엇보다 그 주체가 되는 아티스트가 살아야 한다. 그래서 필자가 생각한 것이 ‘아티스트 메세나(Artist Mecenat) 운동이다. 기업 메세나가 있긴 하지만 일반 작가들이나 예술단체들로서는 아직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아티스트 메세나 운동‘의 골자는 이러하다.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로 펼쳐왔던 작가나 화랑의 노력을 좀더 공익적으로 승화시키자는 것이다. 일반의 문화 소비나 기업의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선별 능력을 자체적으로 마련하자는 것이다.
과연 어떤 작가가 있는지, 과연 어느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 어떤 음악가나 실내악 단체를 초청하는데 비용이 어떻게 하는지의 궁금증을 답해줄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일회성 기금을 나눠주고 단편적인 사업을 펼치는 시대가 아니다. 수백 억의 돈이 투자되고 문화산업측면에서 일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순수예술이 그래서 생존할 수 는 없다고 본다.

4월이면 개통하는 고속철도를 깔 듯 문화의 유통망을 혁신하고 문화의 생활의 즐거움을 가시화해야 한다. 아침 TV 시간대에라도 불륜드라마 대신 문화 교양프로를 만들어야 한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도 보게되면서 점차 관심이 일어나는 것이다. 방송은 늘 시청률 변명을 하지만 언제 눈길을 끌만큼 예산과 인력 투자를 했던가에 반성이 필요하다.



TV가 변해야 국민수준 향상돼

최근 우리사회에서 가장 확실하게 변한 것은 화장실 개혁이다. 화장실 바꾸기가 어떤 실리 관계와 명분이 맞아떨어진 것인지 모르지만 전국적으로 가장 빠른 시간에 고르게 확산됨 점을 주목한다. 어느 지역은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예산 투입이 과다하고 벽촌에 비데 까지 설치하는 용맹스러움을 보면서 이런 기법이 우리 문화계에 적용될 수 없을 까를 생각해 본다. 또 화장실의 인쇄 그림이 대중 미술 감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모르지만 공공 시설과 기관들이 그림 구입을 제도화한다면 미술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건축 시 일정 공간에 배치되는 조각과 별도로 기업이 소비자의 눈에 문화적으로 비춰지는 예술운동이 기업 메세나에 앞서 환경 조성을 해야 할 부분이다.

언젠가 TV를 보니 소년 가장을 위해 ‘러브 하우스’를 지어주는 것을 보고 좋은 공익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다. 이때 그림 한 점이 제공되면 어떨까. 양념으로 집에 그림이 걸렸을 때와 그렇지 않은 상황을 한 번 슬쩍 비교 해 보이는 등의 아이디어가 첨가된다면 그 전파 효과가 얼마일까.

미술 전문지가 일반에게 접근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신문, 방송이 일반과의 소통 문제를 다시 생각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관객과의 접촉을 위해 미술관, 갤러리 운영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필자는 프로 아티스트 즉 ‘전업 작가’가 살수 없는 환경의 극복 없이 우리 예술이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고 믿고 있다. 현재의 대학 지향 구조로는 오히려 건강한 소비 시장이나 그림 유통의 정상화를 막는 걸림돌이다.
<문화계도 ‘학력’ 뛰어 넘은 ‘현장’의 승리시대와야

그런데 영화판은 완전한 시장 논리요 현장의 승리다. 자금 투자와 혼신을 다한 결과 영화의 소비시장이 구축돼 가고 있다. 스크린 쿼트로 걱정하던 영화계가 자신감을 얻는데는 결국 ‘현장’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여기에 최근의 낭보는 더욱 들뜨게 한다. 임권택 감독(칸영화제), 이창동 감독(베니스국제영화제)에 이어 김기덕 감독(베를린영화제)이 감독상을 수상함으로서 국제 무대에서 우리 영화의 위상이 높아졌다. 공통점은 영화판에서 ‘학력’을 뛰어 넘어 ‘현장’이 완봉승을 한 것이다.

우리도 한 때 민중 작가들이 사회 주제를 다룬 적이 있다. 이들이 ‘자리’를 마다하고 더 치열하게 작품성을 보여 진정한 소외의 이야기를 승화시켜야 했다. 그러나 이들은 ‘현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제 기득권이 되어 애써 그 모습을 감추려 한다. 그러면 투쟁한 민주화와 민중을 위한다는 목소리는 무슨 소리였나. 정치권의 이전투구와 무엇이 다른가. 밥그릇 싸움,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새삼 밥그릇‘의 위대함이 느껴진다. 예술이고 뭐고 세상의 무상함이 느껴지는 세태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하고 예술 하는 사람은 죽어나 사나 예술 할 수밖에 없다. 절망가운데서도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오직 예술이라 확신 뿐 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선 제 밥그릇도 해결 못하는 가장 나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예술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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