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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한국 미술시장 열기 과연 정상적인가?

정중헌

한국 미술시장에 불이 붙었다고 사방에서 법석들이다. 매스컴들은 연일 옥션의 최고가를 들먹이며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외쳐댄다. 화랑가를 다녀보면 그 열기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이고, 수요는 있는데 수급이 안된다고 아우성들이다. 은행과 백화점이 미술로 돈벌겠다고 나섰고, 아트펀드 등 새로운 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과연 한국 미술시장은 활황인가. 80년대 후반 미술계의 이상 과열현상을 직접 목격하고 취재한 필자가 보기에 시장에 활기가 도는 것은 분명하나 바탕이 약해 매우 비정상적이고 그래서 불안하다. 미술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해 보지 못한 처지에서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는 자체가 위험스러워 보인다.





이런 우려는 KBS 1TV가 지난 3월에 5부작 다큐멘터리로 방영한 ‘미술’을 보며 더욱 커졌다. 공영방송 KBS가 ‘미술’을 특집으로 다룬 것도 의미 있었지만 내용도 전문성을 살려 무게가 있었고, 현장 취재나 분석도 현실감이 있었다. 특히 제5편 ‘블루칩 아시아’는 중국 미술시장에 대비한 한국 미술시장의 빈약성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냈다.

중국 미술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세계 미술시장이 중국 현대미술을 발굴해 붐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장샤오강 등 다수의 중국 작가 작품들은 소더비, 크리스티 경매에서 상종가를 갈아치우며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의 신흥부자들과 유력 컬렉터들이 중국 미술품을 사들이면서 중국 미술시장은 매력적인 투자처로 급성장했다. 전세계 화랑들이 중국에 지점을 내고 작가를 찾는 현장을 KBS가 보여주었다.

중국 열풍은 이런 외부적인 요인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 KBS ‘미술’의 진정한 메시지임을 우리는 읽어야 한다. 중국은 정부가 문화상품 회사를 차리고 판매에 나서고 있다. 대도시 인근에 화가들이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화가촌과 전시장을 개설해 놓았다. 이같은 정부의 다양한 지원 속에서 예술가들이 창조적 열정으로 빚어낸 개성적인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올바른 미술시장을 위한 당면 과제
우리는 어떤가. 한마디로 외형에만 탐닉하고 있지 인프라나 성장 동력 가동에는 무신경하다. 경륜 있는 화랑조차 팔리는 작가 쟁탈전을 벌여왔고, 경매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량 있는 신인을 발굴해 키우고 널리 알려 세계적 상품을 만드는데 소홀했다는 얘기다.
정부는 더욱 한심하다. 말로는 문화산업을 외치면서 고등학교, 대학을 나와도 미술이 무엇이지도 모르는 엉터리 교육을 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의 고교 미술교과서를 보면 자국 작가는 물론 세계 현대미술을 움직이는 작가들의 프로필과 작품세계가 이해하기 쉽게 망라되어 있다. 국민 세금으로 예술 창작을 지원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중국처럼 화가들의 창작촌이나 전시장도 마련해주지 못하고 있다. 환경이 이렇다 보니 작가들도 우직과 열정으로 순수와 개성을 빚어내기 보다는 판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KBS 다큐멘터리를 보며 가장 찔렸던 점은 한국 작가들의 개성이나 가능성을 홍콩이나 중국의 시장 전문가들이 꿰뚫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작가를 발굴하고 가격을 올리는 역할에도 한국 전문가들은 찾기가 어렵다.
<한국 미술시장이 호황을 누리려면 기반부터 다져야 한다. 모든 시장이 소비자 중심으로 변하는데 미술품 값은 그렇지 못한 풍토부터 바꿔야 한다. 미술품의 정보가 제대로 소통되고 가격이 투명하지 않으면 또다시 부작용이 발생한다. KBS ‘미술’을 보고 한국에도 역량있는 인재들이 숨어 있음을 발견했다. 전문가와 화상들이 그들을 발굴하고 세계적인 재목으로 키워나가야 미술시장이 제대로 설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좋은 전시, 알기 쉬운 강좌로 미술애호가부터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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