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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거침없이 하이킥’ 의 인기와 편성전략 뒤집기

정중헌

요즘 MBC TV 시트콤‘거침없이 하이킥’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시청률은 20%대지만 20~30대 젊은층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인터넷에서도 무한질주하고 있는 유행프로그램이 ‘거침없이 하이킥’이다.

왜 인기인가. 한마디로 신선하기 때문이다. 억지로 웃기려 들지 않고 상황 자체가 코믹하고 출연자들의 연기가 자연스러워 공감이 간다. 시트콤은 매회 에피소드가 바뀌는데‘거침없이...’는 연속극처럼 이야기가 이어져 흥미를 더한다. 이것은 작가들의 역량이다. 연출도 큰 몫을 했다. 초반부터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잡았다. 서로 이질적일 것 같은 인물들을 자연스럽게 조화시킨 것도 인기 비결이다. 그래도 일등공신은 연기자들이다. 중진들의 파격적인 연기변신에 중견들의 톡톡 튀는 개성, 여기에 신진들의 생기발랄한 에너지가 절묘하게 앙상블을 이룬다. 이순재 나문희의 코믹연기가 압권이고 박해미 정준하의 튀는 개성에 정일우 김혜성의 상반되는 캐릭터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여기에 조역인 서민정이‘거침없는 하이킥’을 날렸다. 어리숙하면서도 밉지 않은 몸치 연기가 극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시청률을 끌어올렸다. 소재도 파격이다. 3대가 모여 사는 가정에는 위계질서가 있게 마련인데 이 시트콤에선 세대간의 벽이 없다. 할아버지가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다가 들키고, 모피 좋아하는 할머니는 며느리의 오케이 펀치에 펀펀히 당한다. 아이 낳고 이혼한 남녀가 친구처럼 지내고, 삼촌과 제자가 서민정을 사이에 두고 묘한 감정을 연출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이 시트콤의 성공 요인은 편성전략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KBS ‘9시 뉴스’에 눌려왔다. 그 이유는 뉴스 바로 전에 방송되는 일일 드라마에서 KBS 시청률이 계속 높았기 때문이었다. 일일극을 보던 시청자들을 뉴스로 끌어들이는 폴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그렇게 당해오던 MBC가 편성전략을 바꿨다. 뉴스 직전의 일일극을 7시대로 앞당기고 그 자리에 시트콤을 편성하는 모험을 단행한 것이다. 이런 파격적인 전략이 성공하므로써‘뉴스데스크’의 시청률까지 끌어올리는 어부지리를 얻었다. 시트콤은 미국에서 지금도 가장 인기 있는 포맷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SBS ‘순풍산부인과’이후 기세가 꺾였다. 소재 고갈도 요인이지만 한국인이 잘 웃지 않는다는 속성이 시트콤을 사양으로 몰았다. 그런데 MBC가 시트콤을 살려내면서 과감히 편성까지 뒤집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둔 것은 평가할 만 한일이다.
<방송은 편성전략에 의해 사활이 결정된다
방송에서 편성은 사람의 심장부라고 할 만큼 비중이 크고 중요하다. 방송활동의 핵은 편성이고 방송의 지향 목표가 편성을 통해 구현된다. 따라서 편성전략을 어떻게 짜느냐에 방송의 사활이 결정된다. 그런데 한국 지상파 TV의 편성은 몇 십 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사회가 변하면서 시청자들의 라이프사이클도 변하고 있는데 방송 편성이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봄 가을 정규 개편을 했는데 요즘은 인기가 낮은 프로그램을 내리고 다른 것으로 갈아 끼우는 땜질편성을 하고 있다.

방송사가 편성틀을 깨지 못하는 이유는 시청률이 떨어질까봐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 지상파 독점시대의 미몽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다. 공민영 방송 할 것 없이 시청률에만 매달려 구태의연한 편성틀을 깨지 못한 체 맞대응 편성, 겹치기 편성으로 상대방 견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SBS는 출범 17년이 되도록 초기의 편성을 고수하고 있다. 드라마 시청률이 높다고 드라마를 잇달아 편성하는 전략은 시청자의 다양한 볼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최근 지상파의 시청점유율과 광고수익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도 편성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케이블 TV가 지상파를 이미 앞질렀다. 그런 현상이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지상파 방송사들은 독불장군처럼 아직도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는 변화에 무디면 살아나기 힘들다. 방송뿐 아니라 문화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MBC의 이번 편성전략 뒤집기는 고질적 타성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아닐 수 없다. 그 결과 시트콤도 살고, 뉴스도 살렸으며, 그토록 목매왔던 시청률도 높이는 세마리 토끼를 잡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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