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51)문화관광 정책 이대로 좋은가

정중헌

문화관광부가 한 스타일 육성 종합계획을 지난 달 발표했다. 한글과 한식, 한복, 한옥, 한지, 한국음악 등 6개 분야를 집중 육성해 세계화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그런데 아침 신문에서 이 기사를 보며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유행어가 된 한류 물결에 한 스타일을 실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웬지 탁상행정의 전형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다.

한복 입은 사람은 박물관 등 주요 문화시설에 무료 입장할 수 있고, 정부 기관에 한복 입는 날을 지정하겠다는 발상은 국가정책이라고 하기 보다는 솔직히 주무 장관의 취향이라는 편이 어울릴 것 같다. 정부 부처 명함과 상장을 한지로 한다는 것은 권장사항이라지만 서류까지 한지로 하라는 것은 전자정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휴대폰 벨 소리에 쓸 국악을 개발하겠다는 것도 자연스럽지가 않다. 김치나 한글을 세계적 브랜드로 육성하는 정책은 여러차례 추진됐던 만큼 이번 한스타일 종합계획은 포장만 달리했을 뿐 새로울게 없다.
< 지금 문화관광 정책에서 시급한 과제는 문화의 역조현상을 개선하는 일이다. 특히 관광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여행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출국자 수도 1000만 명을 넘었고, 올 설 연휴에도 인천공항은 북새통을 이뤘다.

이처럼 여행수지 적자 폭이 커지는 이유는 조기유학과 어학연수 탓도 있지만 문화관광 정책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에 하자가 많았으나 최근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이 늘면서 내국인이 썰물처럼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국내 관광호텔 하루 숙박비가 50만원을 넘는데, 그 돈이면 3박 4일 동남아 여행을 기분 좋게 다녀올 수 있다. 스키나 골프도 해외가 더 값싸고 붐비지 않는다는 것을 당국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문화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근 주위를 돌아보면 외국 문화상품이 얼마나 밀려오는지 체감할 수 있다. 금년 정초에도 국공립 문화공간은 예외 없이 외국에서 들여온 전시와 공연으로 채워졌다.

< 세계적인 보편성을 얻으려면 흐름을 읽어야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루브르박물관 특별전을 비롯해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 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르네 마그리트전 등 해외미술전이 열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은 2월 말까지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은 3월 초까지 영국 오리지널 팀의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를 장기공연하고 있다.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신축된 롯데 샤롯데극장에선 디즈니의 히트 뮤지컬 라이온 킹이 일본 극단 사계 제작으로 롱런 중이다.

외국의 이 같은 전시나 공연행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루브르박물관 특별전은 교육적인 가치가 높고,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 전은 볼거리도 배울 점도 많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뮤지컬 라이온 킹의 토탈 무대가 뿜어내는 상상력과 스펙터클은 아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재미와 감동을 안겨준다. 우리 문화수준이나 경제 규모로 볼 때 이 같은 해외 전시나 공연은 당연히 볼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얻는 교육 효과나 감동 또한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다. 문제는 이에 상응하거나 비교할만한 국내 전시나 대형공연이 적고, 지역에서는 소외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문화공간들이 자체 기획이나 제작 보다 대관에 의존하고 있는 비공익적 현상은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지금은 전시용 정책을 내기 보다는 관리가 제대로 안돼 안으로 곪아가는 문화행정을 다잡는 일이 더 중요하다. 한류나 한스타일이 국수적으로 흐르지 않고 세계적인 보편성을 얻으려면 변화의 흐름부터 제대로 읽어야 한다. 가수 겸 음반프로듀서인 박진영씨는 신문 기고문에서 '한국적인 것을 너무 강요하다 대중문화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를 걱정했다. 장르간 경계가 무너지고 예술이 다원화되고 퓨전화되는 추세에서 한스타일은 자칫 양복 입고 갓쓴 모습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