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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각설탕'처럼 상큼한 저예산 영화 많아야 한국영화 계속 발전한다.

정중헌

한국영화감독협회가 주관하는 제14회 춘사대상 영화제 심사를 맡아 14편의 한국영화를 5 일간에 몰아서 보았다. 심사소감을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우리 영화 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블록버스터 못지않게 작가주의 영화와 중저예산 영화가 지금보다 많이 나와야 한국영화 내일에 희망이 있다는 점이다. 이번 심사에서 그런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를 여러 편 발견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 14편 중에서 블럭버스터는 한반도 왕의 남자 태풍 괴물 등 4편으로 태풍 과 한반도 를 뺀 2편은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천만 관객이 보았다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다시 본 왕의 남자는 원작인 희곡 이의 스토리텔링과 구성이 좋은데다 이준익 감독이 볼거리를 시원하게 펼쳐놓은 점이 큰 몫을 했다. 여기에 유해진 등 조역 트리오가 양념역할을 톡톡히 했다 . 이번 심사에서 주연 감우성과 조연 장항선의 연기가 새롭게 평가돼 상이 돌아갔다. 괴물 은 기획과 홍보가 관객에게 어필된 측면이 있다. 여름시즌에 서울 한복판 한강에 괴수가 나타났다는 발상이 기발했다. 여기에 외국 기술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컴퓨터 그래픽으로 실감나는 괴물을 만들어 연기까지 시킨 것이 큰 덕을 보았다.
< 그런데 필자는 이런 영화들 처럼 제작비를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주제가 독특하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 감동과 재미를 주는 영화에 애정이 쏠린다. 이번 심사에서 가장 신선하게 본 작품이 이환경 각본 감독의 각설탕 이다. 별 기대없이 심사에 임했는데 초반부터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각설탕의 높은 평가
각설탕 의 주인공은 말이다. 동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많지만 이 작품에서 말은 주연상을 주고싶을 만큼 연기가 뛰어나다. 자신을 사랑해준 임수정을 위해 경마대회에서 우승하고 숨을 거두는 라스트 장면에서 말의 눈 연기는 압권이다. 말과 인간의 교감을 다소 거칠지만 이만큼 따뜻하게 그려낸 신진 이환경 감독의 연출력은 높이 평가해줄만 하다. 이렇다할 에피소드나 발전이 없는데도 시종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감독의 힘이 아닐 수 없다. 또 한편은 라디오 스타다. 최석환의 시나리오를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왕의 남자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저예산영화인데도 스토리가 재미있고 중견 안성기와 박주운의 연기가 훈훈하다 . 왕년의 인기가수가 지방방송 DJ로 전락해 자포자기 막무가내로 진행한 것이 오히려 인기를 끈다는 단순한 줄거리를 이준익 감독은 오밀조밀한 에피소드를 끼워넣어 중년팬들의 향수를 자극시키고 있다. 이 영화의 수훈갑은 매니저 역을 맡은 안성기인데 그는 능청스런 역을 밉지않게 소화해내 작품의 분위기를 살렸다 . 제작비를 너무 안들인 흔적이 곳곳에 나타나 거슬리기는 하지만 목에 힘주고 만든 영화보다 이처럼 힘 빼고 만든 영화들이 히트를 칠 수 있다는 반가운 일이다.

유종찬 감동의 청연은 일제시대 한국인 여류비행사 얘기인데 어려운 항공촬영뿐 아니라 시대적 상황과 인간 심리까지 무게있는 주제를 깔끔하게 소화해냈다. 공지영의 원작을 송해성 감독이 영화화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은 사형수와 여가수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사랑의 감정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매우 차분하면서도 감동 깊게 그려냈다. 연출도 섬세했지만 주인공 이나영과 강동원의 꾸밈없는 진솔한 연기가 관객을 가슴으로 울게 했다.

블록버스터급이 아니면서도 재미가 쏠쏠한 타짜는 허영만의 만화를 박진감있게 영상으로 재현해낸 최동훈 감독의 영화만드는 솜씨가 단연 돋보이는 웰메이드 영화다. 조승우 김혜수가 남녀 주연으로 뽑힐만큽 호연이다.

이처럼 주제와 연출, 연기가 물흐르듯 매끄러운 영화에 관객이 쏠린다면 한국영화는 계속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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