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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미술시장, 고객 개발하고 파이부터 키우자

정중헌

9월로 접어들면서 미술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한 2006화랑미술제가 20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려 63개 화랑이 참가했다. 경매도 시즌을 열어 K옥션이 9월 미술품 경매를 14일 강남의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으로 장소를 옮겨 실시했다. 서울옥션은 103회 근현대 및 고미술 경매를 9월 28일 평창동에서 개최하면서 국내 최초로 케이블과 위성 TV로 중계했다. 갤러리 현대(대표 도형태)가 ‘김환기 김창렬 이우환 1970~1980’전을 9월 15~30일 여는 등 화랑들의 기획전도 가을시즌을 열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면 한국 미술시장도 제법 생기가 도는 것 같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 보면 아직 집안잔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판은 풍성하게 벌여 놓았는데 손님이 북적거리지 않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이 태동한지 3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한정된 고객을 쪼개는 전근대적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고객확보를 위해 화랑과 옥션 간에 불편한 기류까지 형성됐다. 서울옥션 독주에 K옥션이 가세해 경매가 활성화되자 중소화랑들이 공정 경쟁에 문제가 있다며 들고 일어섰다. 화랑들은 경매가 미술시장의 질서를 흐려놓고 있다는 불만이고, 경매사들은 화랑들의 정보가 페쇄적인데다 호당가격이 불신을 샀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밥그릇 싸움할 때가 아니다. 화랑과 경매가 함께 살아날 수 있는 방안을 머리 맞대고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자면 우선 자기 허물부터 돌아봐야 한다.

1차 시장인 화랑은 미술품 가격 책정의 구심체 역할을 못하고 있다. 선진국 화상들처럼 작가를 체계적으로 키워내지도 관리하지도 못하고 있다. 2차 시장인 경매는 취급하는 작품이 제한적인데다 다양성이 부족하다. 화랑은 작가 발굴과 가격형성에 만전을 기하고, 경매는 1차 시장을 존중하면서 영역을 넓히는 전략을 펴야 한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대립의 원인이 판매 부진에 있다는 것이다. 경매가 붐을 이룬다고 하지만 참여자가 아직 소수에 불과하고 외형도 별로 크지 않다. 화랑협회의 아트페어 역시 관람객이 증가하고 거래량도 는다고 하지만 실제 매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필자가 보기에 한국 미술시장은 이제 겨우 구경꾼이 생겨나는 수준이다. 관람객은 점차 늘어나지만 작품을 사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얘기다. 미술에 대한 이해도 약한데다 비싸다는 선입감이 앞서 사려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미술시장 파이를 키우자
따라서 지금은 화랑과 경매가 힘을 합쳐 잠재 고객을 개발하고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소비사회에서 미술품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며 생활의 반려임을 홍보해야 한다. 그러자면 어린이 눈높이에서부터 샐러리맨, 주부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가격, 다양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특성화된 기획부터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신혼부부 혼수품에 미술품이 필수가 되도록 광고를 한다든가 100만원 이하 작품들로 일반의 관심을 끄는 기획전이 많아야 한다.

아트페어와 경매도 지금보다 몇 배 늘릴 필요가 있다. 아트페어는 장르를 세분하거나 개최지를 다변화해야 한다. 경매도 서울의 강북과 강남, 부산에서 대도시와 분당, 일산 등 중도시로 번져야 하며 품목도 중저가 쪽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우선 애호가를 늘리고 그들이 좋아할 미술품을 공급하면서 파이를 늘리는 것이 화랑과 경매가 상생하는 최선의 윈윈전략이다.

아시아 미술시장에서도 한국 시장은 뒤쳐져 있다. 그러나 미술품에 대한 애호가들의 취향과 열정, 투자 의욕 등 시장의 가능성은 매우 밝다. 그 시장을 누가 어떻게 개척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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