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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영화 ‘괴물’이 예술장르에 준 메시지

정중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이 최단기간에 1000만 관객을 모았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에 이은 초고속 흥행기록이다.

1000만이라는 수치는 우리 인구를 5000만으로 어림잡았을 때 12세 미만 어린이와 고령자를 제외하고 거의 3분의 1에 달한다. 성인 3명중 1명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았다는 얘기다.

1000만 관객이 관람했으니 ‘좋은 영화’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1000만명이 한 영화에 쏠렸다면 그럴만한 요소와 매리트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는 실화를 바탕으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는 6ㆍ25 전쟁을 테마로 관객을 모았다. 두 편의 블럭버스터에 비해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는 사극에서 모티브를 따온 강렬한 현실 풍자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 세 편의 강점은 탄탄한 서사구조였다. ‘실미도’는 정부는 국민에게 무엇인가 하는 짙은 허탈감을 안겨준다. ‘태극기?’는 분단의 비극이 얼마나 처절한가를 대형화면으로 실감나게 묘사했다. 희곡 ‘이’를 영화화한 ‘왕의 남자’는 이색적인 소재에 대사가 후련하게 관객의 가슴을 친다. ‘괴물’은 이야기 에서 한걸음 나아가 상상력의 산물인 ‘괴물’을 대입시켜 흥미를 배가시켰다. 가족이라는 끈끈한 이야기 속에 오락성이 강한 애니메이션을 결합시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괴물’을 보고 다소 실망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인 ‘살인의 추억’만큼 ‘잘 만든 영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괴물이 등장하는 전반부는 그래도 흥미가 있었지만 괴물을 추적하는 후반부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기대만큼 재미가 없다는 관객이 적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괴물’에 관객이 쏠리는 이유는 뭔가 관객을 잡아 끄는 힘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름 시즌을 겨냥한 공포영화 대작이라는 기획도 맞아 떨어졌지만, 무엇보다 할리우드 못지않은 괴물 애니메이션을 우리 컴퓨터 그래픽(CG) 기술로 만든 것이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켰다.





여기에 현실 가능성 있는 상상력이 흥미를 더했다. 미군이 버린 독극물에서 괴물이 생겨났다는 설정을 놓고 일부에서는 반미를 들먹이기도 하지만 영화적 발상으로 보아 넘겨도 된다. 그보다는 한강이라는 서울 중심에 괴물이 나타나도 속수무책인 정부의 무능과 소시민의 용기를 대비시킨 작가의 현실감이 한층 돋보였다.

한국영화는 최근 몇 년간 괄목할 성장을 했다. 1000만 관객을 모은 영화가 4편이나 나왔다는 것은 결코 우연 일 수는 없다. 스크린 수의 증가로 집중 배급이 가능한 인프라가 구축됐고, 무엇보다 우리 정서에 맞는 소재를 완성도 높게 만들어 낼 만한 역량과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다른 예술 장르는 영화만큼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공연예술은 뮤지컬이 강세를 보이기는 하나 전반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실정이다. 미술분야에도 이제는 스타가 나올 만 한데 인기가 치솟는 현역을 찾아보기 힘들다. 시, 소설 등 문학도 대중의 곁에서 멀어지고 있고, 출판시장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왜 한국영화가 국민적 관심을 얻는지 예술인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라는 말처럼 문학, 미술, 음악 등 기초예술이 조화를 이뤄 꽃을 피우는 것이다. 영화를 빛내는 연기자들도 연극과 뮤지컬 쪽에서 배출되고 있다.

결국 한국 예술이 영화에서 배울 점은 관객의 입장에서 관객이 원하는 소재를 관객의 입맛에 맞게 요리해 내는 노하우다. 다른 예술 장르도 관객에게 충실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서비스를 개선한다면 상황이 달라 지리라고 본다. 수용자를 감동시키는 전략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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