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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창고에 쌓아둔 미술품 소통시킬 방법 없을까

정중헌

팔순의 무대미술가 이병복씨가 지난 5월 경기도 금곡의 무의자박물관에서 굿판을 벌였다. 극단 자유극장을 창단해 40년간 작업했던 무대의상과 장치, 인형과 가면들을 모아 기념전을 열고 그 일부를 떠나 보내는 이별굿을 한 것이다.

무의자박물관은 화가 권옥연씨와 무대미술가 이병복씨가 평생을 가꿔온 전통 한옥마을로 선인들의 민속을 간직한 멋진 공간이다. 그런데 노부부가 관리하기에는 한계점에 다다라 앞으로 어떻게 보존할지가 문제다. 이병복씨가 경사스런 날에 이별 굿을 벌인 것도 연극사의 생생한 자료인 무대장치와 의상들을 더 이상 보관할 방법이 없어서다. 상태가 멀쩡해도 고려장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국에는 연극자료나 무대미술을 소장한 연극박물관이 있는데 신극(新劇) 100년을 맞는 한국에는 그런 박물관이 없다. 보관 정리할 공간이 없으니 차라리 태워버리고 싶다는 심정은 오죽할까.

그 현장을 다녀온 후 우리의 지적(知的), 예술적 자산들을 국가가 너무 소홀히 여기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일제 36년 동안 파괴됐거나 단정된 우리 문화는 광복이 되면서 성장기를 거쳐 지금은 한류로 까지 발전했고 예술인들도 창작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세월이 60년이 넘고 평균 수명도 길어지면서 지식과 예술창작의 결실도 급속히 늘어났다. 한데 그 보석 같은 유산들을 보존 관리하는 시스템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식이 사장되고 예술창작품은 창고에 쌓여가는데 이를 활용할 방법이나 소통의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은 사회의 공유자산이다
화가들 중에는 창작품들을 유통시키지 못해 창고에 쌓아두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창작의 열정이 넘치고 체력도 왕성해 계속 작업을 하고 있는데 소통이 따라주지 못하다 보니 창고가 넘치는 현장을 보게 된다.

공연한 걱정일는지 모르지만 창고에 쌓인 화가들의 작품을 이대로 두다가는 예술품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국공립미술관 창고마저 포화사태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술가는 많아도 작품이 유통되는 작가는 극히 제한돼 있다. 박수근 이중섭의 작품 값이 치솟는 것은 예술성이 높기도 하지만 작품 수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창작의욕이 왕성할 수록 보관이 쉽지 않은 게 문제다. 천경자씨처럼 작품을 국공립 미술관에 기증하는 방법이 있지만 앞으로는 그 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손들이 번창하면 기념관을 지을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관리가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

그렇다면 특단의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첫째는 소통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70~80년대 미술시장이 과열됐을 당시에 주부들이 그림계를 만들어 병풍 등을 구입한 사례가 있다. 최근 미술투자모임인 ‘블루 오션’이 발족돼 매달 곗돈 붓듯이 일정액을 투자해 작가도 돕고 그림도 수집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화랑들이 값이 싼 미술전을 기획하거나 옥션에서 특별할인 경매를 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화가들이 창고를 활짝 열어야 한다. 그림 값에만 연연하기 보다는 서로 즐거운 소통방법을 찾아야 한다. 화가나 일반이나 우선 미술품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 그림은 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그림은 사회의 공유 자산일 뿐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즐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화가의 창고에는 그림이 넘쳐 나는데 웬만한 집마저 그림 한 점 걸려있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누군가 이 문제를 타결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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