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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백남준미술관, 감상 위주가 아닌 창조성을 세계에 발신하는 산실이되어야 한다

정중헌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은 갔지만 그의 추모전이 열리고 기념미술관이 기공되는 등 그의 명성은 사후에도 여전하다. 백남준이 활동했던 유럽과 미국에서도 그를 기리는 행사가 열리는 등 그의 진면목이 재조명 재평가되고 있다.

필자와도 만나 본 백남준은 천재성을 지니고 있었다. 84년 금의환향해 가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예술은 사기다. 고등사기”라는 말을 해 문화계를 놀라게 했다. 그해 초 전 세계를 인공위성으로 연결하여 다원생방송으로 선보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 역시 그의 독창적 아이디어가 빛났다. 그는 매스미디어가 인간을 노예로 만들 것이란 오웰의 예언을 뒤집어 인간과 인간을 연결시키는 정보와 소통의 수단임을 반짝이는 예술 퍼포먼스로 증명했다. 그 비슷한 영상 퍼포먼스를 86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도 선보였는데 필자가 지루했다고 신문에 비평하자 백씨는 예민한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백남준은 90년대 초 갤러리 현대 마당에서 굿을 벌였다. 20세기 예술의 거장인 조셉 보이즈를 기리는 진혼굿이었다. 당시 필자는 조셉 보이즈를 추모하는 퍼포먼스로 세계의 이목을 모으면서 실은 보이즈를 뛰어넘으려 했다는 글을 썼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 앞에서 바지를 내려 알몸을 드러내는 해프닝을 벌여 세계 매스컴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백남준은 행색도 남다르고 말투도 즉흥적이다. 그러나 필자는 백남준의 그런 매너나 해프닝 자체가 철저한 계산에서 나온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와 장시간 대화해보면 뉴욕타임스를 얼마나 꼼꼼히 읽는지 세계정세며 경제며 사회문화에 놀랄 만큼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한글의 우수성을 갈파하면서 한국어가 더욱 과학화되기 위해서는 없어진 자모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백남준을 속속들이 이해하려면 광범위한 연구와 섭렵이 필요하다. 매스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방법론도 알아야 하고 영상을 합성하는 기술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창의력이다. 남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상력, 남과 다른 접근 방법과 새로움, 그리고 그런 아이디어가 어떻게 생성됐고 어떤 영향력을 가지느냐를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창조성신을 살려가야 한다는 뜻이다.

백남준미술관은 생산기지가 되어야한다
그런데 타계 100일에 첫 삽을 뜬 백남준미술관은 백남준의 이런 창조성보다 그가 남긴 외형적 성과에만 집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필자는 일찍이 조선일보 칼럼을 통해 백남준미술관의 국내 유치 필요성을 제안했었다. 백남준 작품을 컬렉션 하는 것 못지않게 비디오 아트의 창시과정과 20~21세기 미친 예술적 과학적 성과와 창조성의 진원지를 만들어 비디오아트의 이니시어티브를 한국이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지금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 터를 닦고 있는 백남준미술관은 경기도가 건립주체다. 경기도로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세계적인 백남준미술관을 유치함으로써 관광객을 모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감상용으로서의 미술관은 한계가 있다. TV모니터를 위주로 한 백남준 작품을 아무리 많이 모은다 해도 대표성을 지니기가 어렵다. 6월 10일까지 경복궁 안 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백남준스튜디오의 기억 : 메모라빌리아’전에 선보인 백남준 작업장과 2285점에 이르는 비디오 자료를 옮겨놓는다고 해도 자칫 박제화될 우려가 있다.

건립 과정 또한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우선 백씨의 장조카 켄 백 하쿠다씨는 경기도가 백남준미술관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며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 국내 문화계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공식장에 미술계 인사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필자는 경기도의 백남준미술관 건립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건물만 근사하다거나 컬렉션 중심으로 운영되어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본다. 우리 정부나 지자체의 문제는 건물 짓는데 만 주력하지 문화공간을 어떻게 끌어갈지에 대한 비전이 약하다는 점이다.

<백남준미술관은 기왕 착공한 만큼 세계적인 명소를 만들도록 문화계의 중지를 모아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백남준의 창조정신을 잇는 창의력의 산실이자 백남준의 사상과 예술을 전 세계로 끊임없이 발신하는 생산기지가 되기를 바란다. 아무리 유명한 예술가도 시간이 흐르면 잊혀지게 마련이고 비디오예술 또한 과학의 발달로 언젠가는 고리타분하게 보일지 모른다. 그런 한계를 뛰어넘을 발상의 전환과 전문가가 있어야 짓는 의의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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