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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관람자 중심의 국립중앙박물관

정중헌

[태평로] 관람자 중심의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이 28일 문을 연다. 광복 60년 되는 해에 우리 손으로 5000년 문화유산의 전당을 마련했다는 것은 실로 역사적인 일이며 민족문화의 자긍심을 높이는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새 박물관은 부지 면적 9만3000평에 연건평 4만여 평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에 최신 시설을 갖추었다. 관건은 세계 6위라는 이 종합문화공간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다. 아무리 좋은 문화시설이 생겨도 과거의 권위주의식 경영으로는 실효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박물관은 국립기관이지만 경영은 관(官) 주도에서 벗어나 개방화해야 한다. 현대의 박물관은 박제된 유물을 전시하는 죽어 있는 공간이 아니다. 일반인과 관광객들이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한국의 전통미를 감상하면서 공연도 보고 쇼핑도 즐기는 복합공간으로 거듭나는 추세다. 특히 선진국 박물관들은 미래에 대비한 어린이 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다. 박물관의 체험교육을 통해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지고 운영되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청계천 복원과 마찬가지로 국민에게 되돌려 준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문화 소비자 중심으로 박물관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관람자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 관람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헤아려 그들이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용산박물관의 시설은 미래형 박물관으로 손색이 없다. 선진국처럼 어린이 박물관을 별도로 마련한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음악회나 연극, 무용을 즐길 수 있는 공연장도 갖추었고 아트 숍이 4개에 식당도 여러 개가 있다. 도서관이나 연못 주변에서 한강과 남산의 경관을 배경으로 책을 읽는 낭만도 즐길 수 있다.

문화 수용자들도 이 같은 문화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주 5일제 실시로 여가 시간이 늘어난 데 비해 가족끼리 갈만 한 곳이 마땅치 않던 터에 용산가족공원과 인접한 국립박물관의 신축 개관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박물관을 구경한다는 기분이 아니라 느끼고 즐기는 여가 공간으로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용산박물관의 상설전시장에는 어린이박물관까지 합쳐 총10만1000여 점의 유물이 진열돼 있다. 전시실은 대충 훑어보는 데만 11시간이 걸리고 자세히 보려면 며칠 밤낮을 돌아다녀도 어렵다고 하니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전략과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이건무 관장은 “하루 구경가자는 식으로는 박물관을 제대로 보고 즐길 수 없다”며 “오늘은 역사관, 다음에는 아시아관, 한 달 뒤에는 어린이박물관, 그리고 공연도 한번 보는 식으로 자주 와야 하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행히 박물관이 서울 강남·북의 중심에 있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해 여러 차례 관람하고 부대시설을 잘 활용한다면 만족도를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은 21세기에는 예술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보화시대가 발달할수록 실물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중이 몰린다는 것이다. 그의 예측을 가장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곳이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선진국에서는 관람자 조사와 연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박물관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도 누구나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박물관이 되려면 학예직 비중 못지않게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전문가와 서비스 전문가를 둘 필요가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소비자 중심으로 관람문화를 바꾸고 문턱을 낮추는 것이 새 국립중앙박물관이 갈 길이다.

- 조선일보 10월 25일 - 오피니언 [태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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