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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백남준아트센터 개관 계기로 미디어아트에 대한 인식 넓혀야

정중헌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상갈동에 신축된 백남준아트센터가 10월 8일 개관되어 기념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는 애칭이 붙은 이곳은 그랜드피아노 형태의 건축 외관도 볼만 하지만,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예술혼이 깃든 창의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어 개관 이후 관람객들이 몰리고 있다. 개관기념으로 열고 있는‘백남준 페스티벌-Now Jump’에는 19개국 10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미디어아트 전시와 공연, 퍼포먼스 등을 펼치고 있다. 이 축제에서 우리는 백남준과 동시대 작가들이 펼친 다양한 실험들, 그리고 기존의 예술을 넘어 미래로 도약하는 예술의 지평확대를 체험할 수 있다. 같은 시기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전환과 확장’을 주제로 내걸고 현대의 첨단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중인데,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친근감을 더하고 있다.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10월 26일까지 비디오아트를 현대미술로 자리잡게 한 빌 비올라 전이 열려 영상과 음향 등을 이용한 설치 작품 <해변 없는 바다> 등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모았다. 빌 비올라의 작품들은 8월에 서울 국제화랑에서도 전시됐다. <왜 갑자기 미디어아트인가. 비디오와 영상 음향 등을 이용한 미디어아트가 동시다발로 전시되고 있지만 갑자기는 아니다. 백남준이 비디오아트를 창시한 후 세계 미술계는 새로운 미디어에 주목하면서 기술 매체를 예술과 접목시킨 미디어아트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추세다. 과학과 기술은 매우 복잡하고 어렵지만 예술가들이 이를 창작에 끌어들이면서 대중들이 전혀 체험 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태동시키고 있다. 한국도 늦었지만 미디어아트시대의 초입에 들어선 것이다. 프랑스 미술가 마르셀 뒤샹이 1917년 남성용 소변기를 작품이라고 전시장에 내놓음으로서 현대미술은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회화와 조각만이 예술인가. 예술은 예술가만이 할 수 있는가, 예술품은 유한층에만 소비되는 사치품인가. 예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이 같은 기류가 형성되면서 젊은 아티스트들은 기존예술에 반기를 들었다. 플럭서스는 1960년대 초부터 1970년대에 걸쳐 독일을 중심으로 일어난 국제적인 전위예술 운동의 대표적인 그룹이다. 조지 마키우나스, 오노 요코 등과 함께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 현대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요셉 보이스와 백남준이 이 운동을 주도한 핵심멤버들이다. 당시 이들이 벌인 해프닝은 미친 짓거리나 다름없었다. 백남준은 전시장의 피아노를 도끼로 부쉈고, 존 케이지는 <4분 33초> 동안 피아노 앞에서 침묵연주를 했다. 이들은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쓰레기 뭉치에서 새로 등장하는 미디어까지 닥치는 대로 재료를 끌어들여 다양한 실험작업을 펼쳤다. 백남준은 TV 매체와 비디오를 메시지 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예술의 도구로 삼는 영상작업을 시도했다. TV 수상기에 전원을 연결해 만다라적 텔레비주얼의 공간을 창안해 냈는가 하면, 비디오아트를 대중 참여의 공간으로 인식시키는 지대한 업적을 남겼다. 마르셀 뒤샹의 발상 전환이 다다에서 초현실주의로의 이행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팝 아트에서 개념 미술에 이르는 다양한 현대 미술사조에 영감을 제공하였다면 백남준은 그것을 뛰어넘었다. 백남준이 창시한 비디오아트는 이후 첨단 기술인 멀티미디어와 융합하면서 기존의 장르나 구조와는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예술을 탄생시킨다. 그것이 바로 미디어아트다. 기술과 예술이 접목된 미디어아트는 시청각 요소가 포괄된 복합예술 형태일 뿐 아니라 대중과 상호작용함으로써 미술품 소통에 새 장을 열었다. 예술의 지평을 확장하고 예술의 생명을 연장시킨 미디어아트는 무한 복제가 가능하고 체험 영역을 무한대로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응용의 폭이 넓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이 같은 미디어아트를 이끈 백남준의 정신을 기리고, 새로운 매체예술을 창작하고 소통시키는 정거장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착공 당시 백남준아트센터가 감상 위주의 박제된 공간이 아니라 백남준의 창조성을 세계에 발신하는 산실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공간을 세계적 명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백남준의 창조정신을 잇는 멀티미디어예술의 실험실이자 사상을 전파하는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미디어아트를 이해하고 새롭게 응용하는 교육의 확산이다. 예술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기존의 회화나 조각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꿈틀대며 전환과 확장을 시도한다. 소통방식이 일방에서 쌍방으로 바뀌면서 작가와 관람객이 상호작용하면서 한자리에서 다양한 미적 체험을 나눈다. 이런 미디어아트를 이해하지 못하면 인터넷과 사이버가 지배하는 현대를 살아가기 어렵다. 또한 미디어아트의 핵심은 창의력에 있는 만큼 창의력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예술과 기술이 융합한 멀티미디어아트를 생활의 편리에 이용함은 물론 산업에 응용할 필요가 있다. 백남준미디어센터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미디어아트전에 자녀들을 동반해 가족 관람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중고생과 대학생, 일반 관람객들이 매체예술에 관심을 가져야 한국의 미래가 밝아진다. 미디어아트에 대한 이해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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