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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랑 업그레이드 못지않게 본래 역활 충실해야

정중헌

‘동시대 한국미술계에 던져진 야심만만하고 충격적인 그림폭탄!’

서울아트가이드 5월호 전시 리뷰에 박영택 교수가 서울 강남의 PKM 트리니티갤러리에서 연이상남전에 대해 이 같은 표현을 썼다. ‘그림 폭탄’이라니 좀 과한 수사가 아닐까 생각했다.

뉴욕에서 작업해온 이상남 작가는 필자가 70년대 후반 유망 신인으로 추천한 인연으로 잘 아는 작가다. 11년 전 갤러리현대에서 16년 만에 귀국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기사에 평까지 게재했었다. 이번에 전시회를 갖는다는 기사는 보았으나 화랑 위치도 잘 모르고 해서 미루고 있던 차에 작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수소문 끝에 전화번호를 알아냈다며 전시에 초대했다.

갤러리아 명품관 맞은편에 새로 지은 트리니티 빌딩 지하 2, 3층에 위치한 PKM 트리니티갤러리는 우선 규모가 압도했다. 웬만한 작품으로는 공간의 기세를 꺾기 힘든 이공간을 이상남의 최근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작가가 직접 연출한 디스플레이의 팽팽한 긴장으로 조화시켜 관람자에게 신선한 충격과 시각적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11년 전 기하학적 아이콘(도상)을 들고 나와 손의 회복과 페인팅의 부활을 선언했던 이상남은 이번 작품전에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색깔과 형태와 표현을 자유자재로 변주시키는 놀라운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평면이지만 상감기법을 활용했고 옻이라는 재료로 독창적 질감을 살려내면서 세계적 작가로서의 자신감을 보였다.
<이번 서울전을 통해 이상남 작가는 각종 매체와 인터뷰만 50여 회나 했을 정도로 집중 조명을 받았다. 최근 미술계에서 이런 사례는 드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작품이 젊은 기자들과 평론가들에게 크게 어필하는 이유는 평면이지만 동영상처럼 아이콘들이 운동하면서 현대적 표상들을 그려내고 있고, 무엇보다 남과 다르고 새롭기 때문일 것이다. 평론가 박 교수가‘매력적인 전시장의 피부에 이상남의 매혹적인 페인팅이 환각적으로 서식 한다’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사실 전시회는 많아도 평론가나 관객을 매료시킬만한 작품을 접하기란 쉽지 않았다.

미술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소위 블루칩이라는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옥션과 아트페어를 덮다시피 했다.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고 세계적인 작가로 키우는 야심 찬 프로젝트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화랑과 화상이 이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화랑들이 영세하고 기획력도 부족해 한국 미술시장은 풍요 속의 빈곤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청담동 일류화랑 업그레이드 필요성
그런데 최근 화랑가 판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실력과 재력을 축적한 몇몇 화랑들이 서울 강남의 청담동으로 몰리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서 청담 사거리에 이르는 명품 패션 거리에 K옥션을 비롯해 유명 화랑들이 한데 밀집된 전문빌딩까지 등장했다.

PKM을 비롯해 갤러리 빌딩에 입주한 화랑들은 뉴욕, 런던, 파리, 도쿄가 부럽지 않은 고급 시설에 일류 작가 작품을 경쟁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좋게 보면 한국 화랑의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길지않은 상업화랑 역사에서 서울에 초일류 화랑가가 형성된다는 것을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뉴욕이나 런던에 가야 접할 수 있는 현대작가 작품들을 서울에서 볼 수 있고 살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수준이 그 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이 같은 화랑의 업그레이드가 일반 애호가들에게는‘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글로벌 시대에 예술도 국경 없이 교류 되어야 하나 번듯한 화랑에 우리 작가의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고 세계 대가들과 중국, 일본 작품들로 채워진 다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PKM의 이상남전은 좋은 본보기가 될 만하다.

청담동 일류 화랑들이 세계적 화랑으로 발돋움하려면 우리 작가를 발굴하고 세계에 알리는 화랑의 역할과 사명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돈이나 벌려는 상업화랑으로 비쳐서는 그 생명이 오래 가기 힘들다는 것은 화상들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강북에 신인 작가 또는 시장에서 외면하는 한국화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대화와 비평까지 이끌어 내겠다는 화랑이 삼청동 입구 팔판동에 문을 열었다. 화랑 이름도 신생아를 키워내는 의미의 갤러리 인큐베이터로 갤러리 벨벳을 운영해온 문철 대표의 야심 찬 대안공간이기도 하다. 문 대표는 젊은 작가들이 특정 장르의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도, 기획자도 없고 전시 공간도 없고 비평가도 없어 열정을 불태우지 못하고 있다며, 그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비평도 활성화해 인큐베이팅하는 프로그램을 펴나겠다는 의욕을 밝히고 있다.

화랑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 못지않게 화랑이 신인을 발굴하고 육성하고 홍보하는 제자리 찾기가 이루어져야 한국 미술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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