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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장르간 벽 허물고 뉴테크놀로지와 융합하는 예술 혁명 우리도 시도할 때

정중헌

최태원 SK 그룹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씨가 서울예술대 조교수가 되었다는 뉴스는 그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추구해온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예술대는 현역 연예인을 가장 많이 배출한 전문대학으로 유명하지만 일찍이 예술과 과학의 접목을 시도하는 디지털아트과를 설치했다. 2001년 안산의 종합 캠퍼스로 이전한 서울예대는 멀티미디어 기자재와 실험실습 시설을 갖춘 아텍(ATEC) 연구관을 최근 완공했다. 노소영씨는 2000년 아트센터 나비를 개관, 새롭게 등장한 멀티미디어와 뉴테크놀로지를 예술과 접목시키는 미디어아트 연구와 교육, 전시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서울예대가 이 같은 작업을 주목해 그를 디지털아트과 조교수 겸 안산의 아텍과 남산 캠퍼스의 예술창조센터(ACC)를 연계시키는 적임자로 스카우트한 것이다.

최근 국내에도 학제간의 벽을 허무는 학문의 통섭, 예술과 과학의 융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조선일보가 신년 기획 ‘새로운 문명이 온다’에서‘학문의 통섭’을 다루자 창간 1주년을 맞은 중앙선데이가 ‘대학과 전공의 융합’을 특집으로 기획했다. 조선일보는 “벽을 허물고 통하라… 거기 진리가 있을 것이다”라며 한 우물만 파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앙선데이(3.16)도“세계의 대학•기업•국가가 ‘지식 2.0’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학문•기술•예술 ‘칸막이’ 허물고 섞어라”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개발, 공유, 참여가 특징인 웹 2.0 세상에서 획일화된 지식으로는 더 이상 창의•재미•상상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요지다.
<중앙선데이는 대학과 전공이 융합하는 해외 사례로 일본의 ‘게이오 DMC연구소’, 일본 도쿄대의 ‘수퍼 제휴 대학원’, 홍콩과학기술대의 ‘5O(나노, 바이오, 정보, 환경, CEO) 전략’, 미국 MIT의 미디어랩 ‘휴먼 2.0’, 독일 BMW의 연구혁신센터 ‘카퍼렙’을 중점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미국 하버드대 시스템생물학과를 창설한 마크 커시너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예술계에도 벽을 허무는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매체 환경이 급변하면서 예술에도 혁명이 일고 있다. 날로 발달하는 뉴테크놀로지와 예술을 접목, 충돌, 융합, 연계하는 실험 작업들이 21세기 예술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비디오아티스트 빌 비올라는 “기술은 모든 예술 활동의 근간이 되는 열쇠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예술과 기술은 항상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고 예술가들은 자신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체로 기술을 활용해왔다. 오늘 날 신기술이 속속 발명되면서 예술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 수 밖에 없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국내 예술혁명 환경의 변화
최근 국내에도 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예술과 과학기술을 접목하는 연구와 전시, 관련서 출판이 활기를 띠고 있다. 2000년 개관한 아트센터 나비는 과학기술과 예술이 융합되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다학문적 고찰을 통해 올바른 미디어 아트의 담론을 만들자는 취지로 나비아카데미를 개설했다. 첨단 테크놀로지를 직접 사용하여 미디어 아트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워크 샵을 비롯하여 미디어의 역사, 미학 등 인문사회 세미나 등 미디어를 둘러싼 다양한 강좌를 열어 AT(아트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정보센터 역할을 해왔다. 강좌 내용을 수록한 책도 펴냈다. 또 지난해 9월 서울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미디어아트 축제 P. Art.y’를 열었다. 사람(People)과 예술(Art),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P.Art.y는 노소영 관장이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로 새롭게 등장하는 대중매체를 예술과 접목하는 미디어 아트 작업을 말한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새롭게 등장하는 모든 매체가 미디어 아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과학기술부와 문화관광부가 공동 주최한 2007 과학과 예술의 만남전에도 과학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다양한 작품들이 일반인들에게 선을 보였다.

한국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배출한 나라이자 첨단 전자 기술을 주도하는 나라이다. 이런 환경에서 예술대학을 중심으로 현대 과학기술과 예술을 접목하는 시스템 개발과 커리큘럼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최근 AT미디어교육 랩, 디지털 아카이빙 랩, U 아트웨어 키네틱스 랩 등 10개의 예술과학 통섭 실험실을 설치했다. 이번 학기부터 4년제 학사과정을 실시하는 서울예술대학은 안산의 아텍(ATEC)을 중심으로 예술과 과학의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하여 남산의 예술창조센터와 프로덕션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공연과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신기술의 발달로 예술 작품의 유통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 전망이다. 미술만 해도 화랑과 미술관을 통하던 전통적 방식이 가상미술관이나 가상화랑의 출현으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급변하는 매체 환경과 예술 혁명의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 예술계는 변화를 읽지 못한 채 기존 방식만을 답습, 관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장르간 울타리 허물기는 이제 예술계의 당면 과제다. 폐쇄 환경에서는 창조성이 싹틀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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