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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이중섭과 그의 친구들

이경성

화가 이중섭과 제주도와의 인연은 한국 동란 전후에서 일어나는 민족적인 비극 속에서 이루어졌다. 남쪽으로 피난 가는 많은 군중속에 이중섭도 끼었고 그는 살기 위해서 제주도로 피난하였던 것이다. 그러기에 이무렵 이중섭과 그의 주변화가들은 전쟁의 비참한 양상속에서 오직 살기위한 몸부림속에서 그것도 화가로서의 처신을 하던 시기이다. 이번에 가나화랑 이호재사장이 기증한 이중섭과 그의 친구화가 또는 주변화가 28명의 작품들은 그 무렵에 전쟁의 단층속에서 이루어놓은 예술가들의 울부짖음이었다. 따라서 그들의 시각은 날카로우며 표현은 극적인 절규에 가까운 것이 있다. 내일이 없는 오늘에 있어 한가닥 생명에 충실하려는 그들의 조형적 표현은 평상시에는 엿볼수 없는 절실한 작품들 이었다.

이중섭만 하더라도 전쟁에 쫓기어 한반도 남쪽까지 가서 제주도에 이르렀던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서귀포에 정착하며 많은 작품을 그렸는데 이때 작품중 걸작이 많은 것은 일본에 건너간 아들 생각을 해서 그토록 절실한 감정이 노출되었다. 바닷가에서 게와 놀고 있는 벌거숭이 아이들, 나무위에 올라가서 놀고있는 아이들은 언뜻 보기에는 동화의 세계이지마는 거기에는 생명의 근원적인 절실함이 엿보인다. 이곳에서 그린 작품으로 <서귀포의 환상>, <섶섬이 보이는 서귀포 풍경>, <바닷가의 아이들> 등이 대표작이다.<




그 작품속에는 일본에 가있는 아들을 생각하는 애정이고 전쟁에 시달려서 제주도까지 피난온 생의 고달픔이 서려있다. 그와 같이 전쟁에 시달려서 생에 마지막 교두보에 서서 살아가는 중섭은 결국 주변에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절망하지 생활을 유지해 갔던 것이다. 그의 친구화가들은 일찍이 동경시대부터 사귄 사람은 비롯해서 서울에서 인간적으로 사귀어온 화가들이었다. 또한 한국전쟁 때 이북에서 함께 남하한 화가들도 있다. 원래 중섭은 너무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생활의 능력은 없었다손 치더라도 풍부한 인간성에서 오는 우정때문에 그의 친구화가들은 이중섭을 아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생을 유지했다. 한번 사귀면 죽을 때 까지 이어지는 형의 사람됨됨이었다. 이번에 중섭과 같이 서귀포 이중섭미술관에 작품이 기증되어 전시되는 작가들은 이중섭의 인간성에 끌린 사람들이다.

권옥연, 김병기, 김영주, 김환기, 박고석, 박생광, 박수근, 박영선, 백영수, 변시지, 손응성, 송혜수, 유강열, 유영국, 윤중식, 이봉상, 이응노, 장리석, 장욱진, 전혁림, 정규, 최영림, 한묵, 한봉덕, 황염수....등

이들은 이번에 작품으로서도 이중섭미술관에 같이 전시되지마는 사실상에 동경시절을 시작으로 오산 서울 등에서 다년간 사귀어온 친구화가들이다. 그들한 사람, 한 사람이 중섭과의 관계를 따지고 보면 많은 이야기 거리가 있고 그것만도 한국의 근대미술사를 채울만한 내용이 있는 것이다.
나의 이중섭과의 관계는 1930년대 동경시절에 내가 와세다 대학을 다니고 이중섭은 동경문화학원에 다닐 때 먼 발치로 몇 번 만난적이 있었다. 그러나 가까이 만난 것은 1955년 미도파 화랑에서 개인전을 할 때였다. 그때 나는 홍익대에 근무하며 수화 김환기와 의논중에 그의 작품을 한점 사려고 전시회장을 찾았고 그의 대표작의 하나인 홍익대 박물관 소장품이 된 <흰소>를 단돈 5만원에 사게 된 것이었다. 이 작품은 소의 강력한 신체적 특징을 눈에 띄게 거친선으로 표현하지만 색채는 흰색을 강조하여 침잠되어 있다. 이 흰소는 험악한 자태와 그 기세는 또다시 돌진할수 있는 힘과 기를 잠재적으로 갖고 있어 긴장과 공포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이중섭이 그림이 고구려 벽화에 직결되는 격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 나는 소그림을 많이 보아 왔었다. 이 성난 소 들은 일제에 압박 밑에 있는 한민족을 상징한 것이었다.

이제 이중섭은 서귀포라는 곳을 통해 우리 민족 앞에 다시 살아나는 셈이다.

- 이중섭과 친구들전 2003. 3.5 - 5.31 서귀포 이중섭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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