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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박은하 / 작가보다 관객이 더 누리는 상상의 주객전도

강철

“사방이 막힌 공간에 있어야 하는 일이 많다. 작업실, 어떤 건물, 누군가의 집, 어딘가의 사무실. 있다보면 멍해진다. 그리고 눈으로 무언가를 좇기 시작한다. 사물들, 흐린 잔상(殘像), 유년의 기억, 혹은 누군가의 환상. 현재 속 현실은 환상 속 환희를 꿈꾸게 하고 그래서 갈등하고,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이쪽저쪽 넘나들다가, 아슬아슬 줄타기. 제3의 눈으로 보면 제1과 제2는 꽤 치열하다. 새삼스레 잘 보인다. 그 경계, 그 균형, 그 긴장, 그 나. 보이니까 고민해 본다. 그리고 내게 가능한 방식으로 풀어본다.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가느다란 균형의 실은 극도의 긴장을 불러일으키며 팽팽하게 맞선 채 환상과 현실 사이에서 왔다 갔다를 반복하지만 결국에는 환상이 현실을 완전히 뒤덮을 수도, 현실이 환상의 침투를 남김없이 막아낼 수도 없는 모호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 작가의 생각





얼핏 보면 그림의 키워드는 환상, 공상, 몽상 등을 말하는 듯 하지만, ‘추가’가 어울리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뚜렷한 현실 풍경을 바탕으로 이질적인 마블링 패턴이 그저 덧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현실과 비현실의 주객전도가 이뤄진 상상화가 아니라, 현실을 바탕으로 감정을 이입한 지극히 평범한 풍경화인 것이다. 아리송한 마블링 패턴은 규칙도 일정하지 않아, 강렬한 단색이나 직선의 느낌도 없어 작가의 감정을 읽어내기도 쉽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요소는 관객의 다양한 해석으로 분산시키고 있다. 작품의 겉모양새는 작가의 색깔을 강한 컬러로 보여주는 듯 하지만, 쳐다볼수록 관객의 감상이 증폭되는 것이 이 작품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 박은하 작가는 2007년 2월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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