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56)박지혜 / 인체의 거죽에서 이뤄지는 시선의 교류

강철

“오로지 시각적 요소만으로 행해지는 맹목적인 판단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알기에 내 그림에는 완전한 얼굴이 등장하지 않는다. 어떠한 인물을 판단하는 데에는 주로 얼굴 생김새나 표정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물에 대한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를 포기하는 대신 내가 집중하는 것은 인체의 거죽에서 이루어지는 시선의 교류이다. 이것은 인체를 감싸고 있는 화려한 무늬의 의상, 얼굴의 반을 가리는 화려한 가면, 반짝이는 액세서리 등이 일차적으로 나에 의해 보여 지는 수동성을 지니는 동시에, 나를 바라보고 나로 하여금 그것들을 보게 만드는 시선의 능동적 주체가 될 때 성립된다.”
- 작가의 생각





사진의 힘을 빈 회화라서 극적인 느낌은 바로크 시대 그림보다 필히 효과적이다. 하지만 연극적이기보다는 영화적이고, 명암의 대비보다는 초점의 차별을 꾀한 것 같다. 징그러운 디테일까지 담아내는 카메라 렌즈의 속성을 보기 좋게 비껴간 이유는 작가의 언급대로 얼굴이외의 요소들이 불확실한 느낌을 끊임없이 뿜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을 간접적으로 접한 관객은 새삼 이런 단순한 리얼리즘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기도 하겠지만, 캔버스 앞에 서게 되면 어떤 추상화보다 복잡한 상상을 일으킨다. 구체적인 얼굴 정보가 주입하는 일방적 규정에 대한 고발.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뻔한 리얼한 풍경 속에 만드는 작업이라니, 이 역시 작가가 새롭게 도전하는 작업 시선이라 하겠다.

※ 박지혜 작가는 8월 노암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