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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이지현 / 상상보다 체험이 앞선 놀이터

강철

“콜로세움의 외관으로 넘칠 듯 자리하고 있는 내 화장대 서랍 속 물건들이 보인다. 여행지에서 만난 이 거대한 원형경기장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유적지가 아닌 나의 요새로 둔갑한다. 적어도 내가 그린 화면에서만큼 나만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현실세계에서 설명되지 않는 공간에 대해 있을법하게 구성하여 연출하는 나의 작업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 나만의 구역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웬만해선 끝이 날 것 같지 않은 긴 여행에서 지금 얼마만큼 온 걸까. 내가 칩거할 공간의 구축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아마도 난 끝이 나지 않기를 바랄는지 모른다. 그 이상향(理想鄕)을 좇아 설렘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그것을 찾은 것 이상의 자유를 가져다 줄 수 있기에.”
- 작가의 생각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경과 상상에 빠져있을 때, 그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지도를 갖고 있는 이도 있다. 그것도 꽤 많은. 이지현의 그림은 그런 것이다.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자유자재로운 장난. 다분히 오만하게 보일 수 있는 이러한 표현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일단’ 충분하다. 하지만 겪어본 자가 이긴다는 공식이 예술에서도 과연 통할까?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체험의 매력은 상상의 그것보다 시들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작가는 자신감 넘치는 배열과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색감의 ‘붓질’로 그만의 신나는 놀이터를 만들고 있다. 체험의 다음 단계인 권태나 허무의 정서로 떨어지지 않고, ‘신선한 적용’으로 다시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콜로세움과 자신의 안방을 구별 못하는 것이 ‘거짓된 허영’이 아닌 ‘생활 속 현실’인 이상, 작가의 다음 작품도 역시나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 이지현 작가는 아라리오 전속 작가이며, 내년 상반기에 개인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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