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에 부엉이가 제주도 해변가를 거닐며 와인을 마시고 있는 데, 외계인이 UFO를 타고 내려옵니다. 외계인은 자기 별의 말과 한국말이 통하는 무전기를 통해 물어봅니다. 토마토를 굽는 슬픈 호랑이가 어디에 있냐고.”
- 작가의 생각 동화책 그림을 모티브로 한 씨킴의 최근작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평소보다 표정과 음성이 상기되는데, 씨 킴의 그것들이 유독 남달라 보이는 이유는 미술계에서 그가 갖고 있는 남다른 포지션일 것이다. 철저히 ‘작가의 명예’라는 관점으로 봤을 때, 그가 만약 세계적인 아티스트로서 생을 마감한다고 해도, 콜렉터라는 꼬리표?는 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콜렉터가 아티스트를 흠모하면서도 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많은 작품을 보며 영향을 받아 정작 자신의 것을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작품들은 끊임없이 생산되고 전시된다. 심지어 외국의 미술관에 소장되기도 하고 외국의 콜렉터들이 심심찮게 구입한다. 씨 킴은 작업에 있어서 스스로 항상 학생이라 한다. 학생의 실수에 대해 사회는 관대하기 때문에, 적어도 작업을 할 때만큼은 자유를 만끽하는 듯 하다. 그동안 콜렉터와 딜러로서의 검증은 어느 정도 된 셈이니, 8년차 작가의 천진난만한 상상력이 어디로 갈지 궁금하다.
※ Ci Kim은 2005년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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