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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이유정 / 삶은 원하는 대로가 아닌, 믿는 대로 되어간다.

강철

“이 그림은 다이어트에 관한 풍자가 아니다. 어쩌면 다이어트는 이와 가장 거리가 먼 주제일 것이다. 이 작품은 대학 졸업 후 실업과 아르바이트 등 오래 방황 끝에 다시 그림을 시작하였다. 피골이 상접한 여자는 구직등록증을 든 채 홍수 범람의 위기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뛴다. 나는 자연 재해와 공해 문제, 당시 코소보의 헬기만큼이나 맹렬하던 방안의 모기 한 마리의 투쟁, IMF와 다이어트... 이 모든 이질적인 요소들은 동시에 일어나고 있었고, 나는 숨을 쉬기 위해 하나의 화면에 담았다.
나는 이렇게 의지와 상관없는 것에 일생을 매진하도록 요구하는 세태의 숨 막힘, 그리고 그 테두리 속에 순응하려는 한 젊은 여성의 비장하고 희극적인 투쟁을 빽빽한 화면 속에 드러내고자 했다. 늘 기준과 미달로 가르는, 그래서 따르지 않으면 낙오자로 소외되도록 긴밀하게 짜인 사회질서와 기성 가치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그것은 종종 세상을 과장하거나 왜곡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되묻는다. 현실이 그림보다 더 답답하고 부조리하지 않은가?”
- 작가의 생각 -





하늘이 주신 재주로도 먹고 살기에 생존권이 위협받는 세상. 복지국가가 못된 나라의 젊은 경쟁이란 당분간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듯합니다. 자국의 경쟁에서 밀려나 먼 이국땅에서 편하게 지내는 영어 강사들을 바라보면, 넋두리와 방황으로 보이지 않고 여유가 부럽기 까지 합니다. 그렇다고 제3세계에서 태어난 설움과 원망을 반복만 하다 보면, 그 숨 막힘은 오히려 자신에게로 조여 오는 것을 느낍니다. 강약의 차이지만 어느 세상이든 미쳐있는 상태가 아니었을까요? 우리가 진정으로 부러워하는 세상도, 막상 그 속에 가보면 또 다른 차원의 광기에 취해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세상에서 ‘내 뜻’을 ‘바란다’보다‘믿는다’가 훨씬 실속 있는 대응입니다. 그리고 그 ‘믿는’ 깊이대로 완성되어 가는 게 인생일 수 있으니까요.

※ 이유정 작가는 2회의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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