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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최호철 / 달동네에서 바라본 투시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강철

“이십대 중반이 되어서야, 그릴 수 있는 것을 잘 그리는 것보다 안 그려본 새로운 것을 그리는 게 더 재미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제야 세상 사람의 제 각각 생김새 모두를 사랑하며 관찰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발을 그리다 보면 그 발이 딛고 있는 땅, 몸을 그리다 보면 몸을 에워싸고 있는 공간, 엄연히 존재했었는데도 일부러 그리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았다. 안 가본 길을 찾아가듯이 ‘사람 밖’의 것들도 낙서의 대상이 되었다. 어느 날 그토록 피해 다니던 언덕을 자연스레 그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이후로 사람과 공간을 함께 그리는 낙서는 더욱 재밌어졌다. 사람을 그리려니 이야기가 궁금하고, 공간을 그리려니 둘러싸고 있는 관계를 알고 싶어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릴 수 있는 것을 머릿속에서 외어서 그렸고, 다음에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종이에 담는 맛에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상들을 얽어매고 있는 관계의 끈들도 보기 좋게 그려내고 싶다.”
- 작가의 생각




그림에 대한 상세한 스토리는 1994년 노동자 대회 날, 전국에서 올라온 노동자들이 효창공원에서 전야제를 치루고 대회장인 여의도 광장으로 가두행진 하는 모습을, 공덕동에서 바라본 기억을 옮긴 그림입니다. 저 멀리 복잡해 보이는 수만 명의 군중들의 얽히고설킴은 오히려 단순해 보이고, 단순해 보이는 달동네 사람들의 단조로운 시선이 더욱 복잡해 보이지 않나 싶습니다. 항상 인구 밀도가 높고 낡은 주택이 즐비한 달동네에서 투시된 ‘관계’의 시작은, 총천연색 만화처럼 그려낼지언정, 세상에 얽매이기 너무 쉬운 ‘끈’의 연속입니다.

※ 최호철 작가는 1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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