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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오형근/소녀 다큐멘터리가 예술이 아닐지라도...

강철

“기록과 정보라는 측면에서 사진을 생각해보면 중간 계조는 아주 서류적인 객관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감성의 통로로 중간 계조를 읽어보면 연약하고 여리기 때문에 미묘한 감수성을 보여주는 계조이기도 하다. ‘여고생’ 작업을 시작하면서 기술적으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중간 계조가 풍부하게 담긴 사진이었다. 소녀와 여성이라는 모호한 경계에 있는 인물 군을 담아내는 작업이다. 때문에 ‘여고생’들이 느끼는 미묘한 불안감과 갈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감성 표현이 뚜렷한 흑과 백의 농담보다는 중간 계조가 적합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정한 감수성을 굳이 고립시키거나 격리시킬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초상들이 항시 일상 안에 스며들어 있었으면 한다.”
- 작가의 생각 -





인물 사진은 인물이 좌우하기 때문에, 당연히 비주류 인물보다는 주류 인물에 주목합니다. 거리에 붙어 있는 영화 포스터, 광고 사진, 심지어 미니 홈피에 있는 사진, 앨범의 가족사진까지도 어쩌면 자신에게 있어서는 주류 인물일 것입니다. 작가는 명백한 주류보다 모호한 비주류를 카메라에 담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여고생’ 이전에 ‘아줌마’,‘잊혀져 가는 배우’,‘미국의 시골 사람들’등등, 정체성의 경계에 있는 중간자를 담고 있습니다.

어쩌면 삶의 단위를 시간과 장소에 맞게 규정짓고 이름을 붙여, 그 속에 속하지 못한 어중간한 ‘영역’을 자연스레 소홀하고 등한시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별반 다르지 않은 시간과 공간일 뿐인데 말이죠. 하지만 작가의 사진이 주는 모호함에서 야기되는 많은 뒷이야기를 고려한다면 세상에는 ‘울타리’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명백한 다음 정거장으로 급하게 달려가느라 무표정할 것은 버스에서도, 수많은 흔들림과 비틀거림을 절묘하게 잡아 클로즈업합니다. 사람들이 평소 간파하지 못한 표정과 느낌이기에 낯설고 재미있습니다. 이런 재미는 인터넷에서 종류별로 얼마든지 엿볼 수 있겠지만, 전문가가 잡아낸 극도의 리얼한 불안한 정서는, 커다란 인화지 앞에서나 제대로 음미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예술이 아닐지라도 말이지요.



※ 작가 오형근은 4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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