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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김인순 / 우리 어머니는 언제 천국에 살 수 있을까?

강철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우리 집은 가난했다. 어머니는 매일 생활비를 아버지로부터 조금씩 타서 살림을 꾸리셨고 우리 남매 여섯을 키우느라 생활비가 모자라 늘 조금씩 빚을 져야 했다. 그 빚이 탄로 날 때면 두 분은 자주 싸우시고 아버지는 어머니가 빌 때까지 화를 풀지 않았다. 어머니에 대한 이런 기억은 내가 성장하여 결혼하고 딸아이를 낳아 기를 때까지 나를 따라다니곤 했다. 나 역시 어머니가 되었지만, 산에 꽃이 피는지 단풍이 드는지 계절의 변화를 느낄 겨를도 없었다. 부모님에게는 자식으로, 남편에게는 아내로서, 딸들에게는 어머니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못하고 그저 살아왔다. 내가 그림을 그릴 때 사고의 밑바닥에는 늘 어머니 삶의 흔적이 어른거린다. 그것은 이 땅의 여성들의 모습이기도 하고 바뀌어야할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나에게 있어 과연 그림이란 무엇인가? 나는 여전히 그림으로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편 이상사회를 꿈꾸고 있다. 이상 없이 무슨 재미로 그림을 그리고 어떻게 이웃과 민족을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 작가의 생각-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희생되어온 어머니, 그리고 이제 그 딸들은 거대도시의 소비경쟁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일터와 가정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이 땅의 어머니들에게 ‘피로의 역사’는 왜 좀처럼 개선되지 않을까요?

손에 잡힐 듯 하던 복지국가의 꿈도 날아가고, 빈부 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는 마당인지라, 사람들은 먼 이상을 꿈꾸기보다 가까운 이상을 탐내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의 이동’보다 ‘공간의 이동’으로 말이지요. 대다수의 노력으로 유토피아를 만들어 보자는 대의(大義)는 사라지고, 이미 잘 세습되어온 성(城)으로의 월담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평균 인내력 시간이 줄어들고, 상대적 박탈감은 커가고 있으니 눈앞에 보이는 ‘황금’은 더 이상 돌로 보이지 않을 겁니다. 어쩌다 귀족이 된 이웃에게 진심어린 격려와 박수를 보내야 하겠지만, 필요 이상의 찜찜함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세상을 지배하는 시스템이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겠죠.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시스템이 공정해지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의 인식이 이성적으로 훈련되어야 하는데, 평균 인식은 점점 감정적이고 천박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인순은 5차례의 개인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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