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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장보윤 / 타인의 과거와 자아의 현재가 조우하는 방법

강철

얼굴 있는 풍경(92)
<“나는 타인의 과거와 기억들이 담긴 버려진 일기장을 모아 그들의 일기를 나의 ‘글쓰기’로 빌어 다시 쓰는 행위를 한다. 타인의 기억은 나의 글쓰기 행위로 인해 결코 쉽게 읽히지 않는 일기들로 변형된다. 이것은 타인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날짜, 그들의 주변 상황, 친구들과의 일들이 뒤엉켜서 오히려 현재의 나의 글쓰기 행위를 통해 소멸되고 사라져 가는 것을 나타내고자 함이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나’라는 인칭 대명사는 내가 주운 일기장 주인을 가리킴과 동시에 그와 다른 공간 다른 시간을 보내고 그를 반추하는 사람들 각자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더불어 그와 동시에 기록된 사진 앨범 속 장소들을 찾아감으로써 사진 속 장소들 곳곳에 숨어 있는 비유적이고 심리적인 조각들을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행은 내게 사진 속의 것들의 상실을 다시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여행 중 만난 새로운 사람들로 인해 생겨난 또 다른 새로운 기억으로 상실로부터의 보상 아닌 보상을 받는다. 그것은 동시에 내게 내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회귀하도록 하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사진앨범은 그가 경험했던 과거 지점으로 나를 위치시키고 그것들이 현재의 내 눈앞에 살아나게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온전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나는 그것을 더 지켜봐야 했다. 나는 그렇게 여기게 되기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것은 내가 위치한 곳으로부터 서서히 나를 없애야 했다. 나는 필연적으로 그의 사진 속에서도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머무를 수 없었다. 나는 그것들의 중간 지점에 존재했다. 그 모호한 지점에서 어떤 쪽에도 속하지 못함으로 오는 모순으로 나는 괴로웠다. 나는 그가 경험했을 법한 즐거움, 고독감, 슬픔을 느꼈지만 그것은 실제의 그것이 아니었다. 또한 그것은 내가 직접적으로 만지거나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나는 이처럼 이중의 메타포로서 사진 밖 현실과 사진 속 진실들 사이를 거닌다.”
- 작가의 생각




타인의 과거와 조우하는 방법은 역사적 인물의 일방적 전달이 대부분이다. 지극히 평범한 개인의 과거를 지독히 따라하며 당사자 이상으로 교감하는 작가의 발상과 노력은 가히 독창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독특한 체험은 자연스레 의외의 감정과 표현과 공간으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특별하면서도 보편적인 어색함은 언제나 예술가의 큰 힘이다. 멀고 어려운 곳이 아닌 바로 일상에서 발견했기에, 더 큰 가치가 있어 보인다.



- 장보윤 작가는 2011년 9월 갤러리팩토리에서 3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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