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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김동기 / 적당한 오염은 인간의 특권인가

강철

얼굴 있는 풍경(78)

“자전거에 몸을 싣고 한강변을 가다보면 주위의 풍경이 서서히 다가온다. 그리고 한강변의 풍성한 나무와 도시의 공사 중 풍경이 교차되는 그 지점에서 사고(思考)가 시작된다. 서울의 도시개발은 발전만을 생각하며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발전의 이면에 있을 누군가의 상황과 눈물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옆에 익숙한 풍경의 나무가 서 있다. 일생을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는 그 나무에 어느 날 비계(飛階)가 쳐진다. 공사의 가림을 위한 공중계단인 비계는 발전이라는 이름하에 나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세워진다. 처음부터 그저 그 자리에 있기만 했을 뿐인 나무에게 발전이라는 허울을 쓴 비계는 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 일까? 나는 선택권을 박탈당한 그 지점을 바라본다. 누구의 생각이 세상을 바꾸는가. 일상의 풍경이 멀게만 느껴지는 그 순간, 나는 그곳을 바라보고 있다. 큰 효과를 내고 싶었는데 대형 프린트를 택한 이유 중 하나다.”- 작가의 생각



작은 미물부터 거대한 우주까지 스스로 정화가 가능한 영역에서는 오염은 어느 정도 허용된다. 예를 들어 인간이 잘 먹고 잘 자면 큰병은 나지 않고, 마을의 강에서 빨래를 적당히 해도 그 물을 마실 수있는 것처럼. 우리가 사는 이 도시는 과연 얼마나 그 날의 공해를 그때마다 정화하고 있을까. 인간의 몸을 불편하게 하는 직접적인 오염은 물론이고, 기분을 상하게 하는 시각 공해 역시 산더미처럼 밀려있는 숙제이다.

그렇다면인간의발명품을거부하고자연으로무조건돌아가야하는것일까. 자연과인공, 소위 나무와 콘크리트의 적절한 배합은 도시 문명의 밑거름이지만, 그 배합에 실패하면 영락없이 B급 문명이되기마련이다. 따지고보면무지슬픈현실인데, 이를 세련된 목판화라도 각색하는 예술은 우리에게 안도와 희망을 품게 만든다.

-김동기 작가는 2010년 7월 헤이리 예술마을에 열린‘아트로드77’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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