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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홍원석 / 전반전은 자서전으로, 후반전은 소설로

강철

얼굴 있는 풍경(77)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일상의 여러 자동차들, 그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운전하는 순간들과 매 순간 맞닥뜨리는 황당한 상황(세계)들이다. 늘 아버지의 택시를 탔던 유년기에 그 안에서 바라본 세상은 내겐 벅찰 만큼 크게 느껴졌다고 기억한다. 하늘엔 빼곡한 풍선들과 내가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들이 함께 있을 것만 같았고 난 아버지의 택시를 타고 세상 어디라도 갈 수 있었다. 직접 운전을 한 만큼 성장한 지금은 때때로 유년기에 아버지가 운전하는 택시의 승객 이였던 나와 직접 운전하는 나 사이의 괴리감을 느낀다. 특히 운전을 할 때면 번쩍이는 불빛들과 잠재되어 있는 교통사고에 대한 두려움,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고와 폭력적인 상황들이 나를 몽환적인 상태로 이끈다. 여기에 군 복무시절 앰뷸런스 운전을 하면서 직면했던 긴박한 순간들과 스쳐 지나가는 잔상들까지 합쳐져 나를 가상의 Art-Driver(예술운전사)로 탈바꿈시키곤 한다. 이렇듯 나는 무언가 내 속에서 꿈틀거리고 나를 자극시키는 것들을 캔버스로 끌어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내 작품들이 감상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동시에 소통하는 다리가 되었으면 한다.”
- 작가의 생각



거장의 반열에 오른 영화감독이나 노벨문학상의 작가의 초기작을 가만히 보면 자전적 내용이 많다. 즉, 개인적으로 사연이 깊고 경험이 많은 이들이 예술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훌륭한 표현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초창기 습작은 개인의 진솔한 이야기로 대부분 채울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상상력으로 꾸며낸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내느냐가 결국 관건이다. 예술가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30대는 인생의 절반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도 무엇을 표현해야하는 몰라 고뇌하는 30대 작가들이 있다면 자신의 인생을 찬찬히 되돌아보면 어떨까? 그래도 방황이 계속된다면 좋은 기술을 갖춘 테크니션이 될지언정, 진정한 예술가가 되기란 확률적으로 어렵다.

홍원석 작가는 자신의 밀도 깊은 정서를 자동차라는 아이콘에 조그맣게 압축시키고, 무미건조한 바탕으로 관객에게 상상력을 맡기는 대비 효과를 연출하고 있다. 자칫 시시콜콜하기 쉬운 자전적 내용을 커다란 느낌으로 확장한 셈이다. 이러한 자전적 내용이 소통하기 시작했다면, 관객은 결국 차기작에 대해 기대치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조금씩 상상력으로 승부를 내야할 시점이다. 하프타임이 지난 후 과연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 지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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