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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김영훈 / 풍경 속 울림, 이중적 건반 소리

강철

얼굴 있는 풍경(76)


“창작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신과 세계의 관계는 늘 고민거리이자 경이감의 대상이다. 나에게도 외부 세계 속 다양한 풍경은 지속적인 의문의 대상이자 새로운 구경거리의 연속이다. 공간의 다양한 변형을 통해 나만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이를 받아들일 때마다 나는 또 다른 이미지의 새로운 ‘울림’에 놀라운 체험을 하곤 한다. 아주 익숙한 주변의 자연스러운 형태에서 시작하여 인공적인 것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공간의 스펙트럼 안에서 익숙함과 생경함을 느끼며, 이들이 구성하는 과잉적 공간 속에 새로운 질서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하고 또 한번 놀란다. 이와 동시에 소위 디지털 세대라는 강압적인 물리적 구속에 길들여진 나는 수직이라는 구조적 공간성에 대하여 공간의 효율성과 거침없는 확장이 주는 버거운 삶에 거친 호흡을 토해내고 있음을 상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직적 공간 안에서의 우리의 삶이 줄곧 일정한 방향으로 내몰아지는 반면 또한 그 ‘울림’이 오늘을 살고 있는 나 자신과 세계를 이어주고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동시에 다양한 색과 빛으로 점철된 애정 어린 장소라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이로써 공간의 수직적 확장은 현재의 나를 인식하게 하고 디지털화된 공간의 연속성으로 나의 새로운 언어의 원천이 된다. 나는 경험에서 구축된 일상적인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늘이거나 변형함으로써 - 모니터상의 선명하고 화려한 재현의 디지털기술을 거부하고 나는 아날로그의 깊은 애정을 간직한 손으로 그림으로써 - 나 스스로 이를 즐길 뿐 아니라 타인 또한 다른 공간의 질서에 있어서 익숙하지만 낯선 체험의 즐거움을 마련해 준다. 그리고 이러한 풍경의 울림은 말하자면 존재의 필연성을 이룩한다. 그것은 내 언어의 새로운 존재가 되고, 그것을 시각화함으로써 나는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이 공간의 존재는 형태적으로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숱한 인공의 공간 안에서 비인공적인(자연적인) 것을 필연적으로 꿈꾸게 된다. 인공적인 것과 비인공적인 것, 이들의 조합은 유기적으로 맞물려 익숙한 듯 익숙지 않은 새로운 시각적 공간을 생성하며 우리는 또다시 이 공간에 익숙해진다.”

- 작가의 생각



어찌 보면 간단한 발상으로 보이는 이 작품의 시리즈는 의외로 다양한 소통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한 작품 안에서 구상미술 그리고 추상미술, 시각적 재현 그리고 음악적 리듬, 기억 그리고 무의식, 3차원과 2차원, 아날로그와 디지털 등의 이중적 요소가 교묘하고 세련되게 섞여있기 때문이다. 오늘날까지 네모 캔버스 안에 그려지는 유화 작품이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예술가들의 새로운 도전이 끊임없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현란하고 복잡한 도구를 통한 첨단 미술이 등장할수록, 오히려 집약적 요소가 강력하게 숨어 있는 이러한 작품들은 언제나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 김영훈 작가는 2010년 갤러리 라메르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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