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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정주연 / 도시라는 동물원은 일년 내내 공짜

강철

“마음이 답답하고 싱숭생숭할 때 나는 홀로 거리로 향한다. 거리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고 거리의 활기와 생동감을 만끽하며 마음의 복잡한 생각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간다. 거리는 나에게 자유로움을 향한 하나의 출구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거리는 전날과 똑같지 않은 풍경 때문인지, 새로운 설렘과 미묘한 긴장감이 즐겁다. 삭막한 도시라지만 도시에서 자란 익숙함 때문인지 도시가 주는 편안함이 좋다. 불완전 연소된 배기가스와 먼지, 기하학적 스카이라인과 불분명한 공간, 뻔한 오토바이의 굉음 등등.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진 에너지의 박동이 쉬지 않고 있다. 전성기가 끝나지 않는 거리의 생생한 숨소리를 나는 오늘도 기록하리라.” -작가의 생각



<미국 동물원의 원숭이는 한국 동물원의 원숭이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외국 도시에 가게 될 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동물원에 좀처럼 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더 신나는 동물원이 눈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10년이 멀다하고 도시는 몰라보게 변하고 있지만, 시골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급격한 도시의 진화 속도에 반응하는 사람의 표정은 강렬하고 다채롭지만, 정작 거리의 활보에서 머리 속에 남는 것은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자동차와 건물뿐입니다. 작가 역시 거리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생명체에서 자유를 느끼면서도, 그림 속 인물의 표정은 어딘가에 묻혀 있습니다. 도시의 대표가 사람이 아니라, 콘크리트나 쇳덩이 같은 ‘껍데기’라고 우리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도시라는 동물원에서 평생 갇혀 있는 동안 배부르게 지낼 순 있! 지만, 사람이 사람을 진정으로 그리워하는 습관마저 퇴화될지 모르겠네요.

2003년 정주연은 ‘거리에서 보다’라는 개인전을 한차례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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